테슬라 주가의 버블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꿈과 미래를 좇는 주식시장의 극적인 단면을 말하고자 함이다. 코로나 이후 성장산업과 전통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고, 밸류에이션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전기차도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과 생산 차질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4월까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29%(이하 전년 대비) 역성장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시장도 12% 동반 역성장했다. 하지만 지역별로는 극과 극이다. 중국이 51% 급감한 반면, 유럽은 새로운 CO2 규제에 힘입어 60%나 급증했다. 4월만 보면 유럽의 전기차 침투율은 11%까지 상승했고, 글로벌 평균 2.8%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유럽에서 자동차가 100대 팔리면 그중 전기차가 11대라는 말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신에너지 차량 수요 촉진 정책 및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4월까지 OEM별 글로벌 판매 순위는 테슬라가 1위이고, 그 뒤로 BMW, 폭스바겐, BYD, SAIC, 르노, 현대, 아우디, 볼보 순이다. 유럽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고, 현대차그룹도 선전하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생산 기반인 기가팩토리 상하이와 신규 라인업인 모델Y를 앞세워 2차 도약기를 맞고 있다. 기가팩토리 상하이에는 LG화학 배터리가 새롭게 채택된 것이 특징적이다. 이에 맞서는 폭스바겐은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을 올해 4%에서 2025년에는 2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와 PPE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역사에서 2023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23년경이면 전기차의 총소유비용(TCO)이 내연기관차와 대등해지는 비용 균형점(Cost Parity)이 발생하며 중요한 변곡점이 형성될 것이다. NCM811, NCA 등 이른바 하이 니켈(High-Ni) 양극재 기술 기반으로 셀 기준 원가가 kWh당 100달러에 도달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그 이후로는 소비자들이 경제성 원리에 의해서도 자연스럽게 전기차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성능과 승차감은 이미 전기차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폭스바겐 등 글로벌 OEM들도 2023년경에 내연기관차와 판가가 대등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럽 전기차와 한국 배터리의 컬래버가 핵심이다. 대부분의 유럽 전기차는 품질이 우수한 한국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고, 유럽 전기차 시장의 호황을 계기로 한국 배터리가 약진하고 있다. 1분기 한국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37.6%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이 27.1%(전년 대비 16.4%P 상승) 점유율로 선두로 도약했고, 삼성SDI가 6.0%(2.2%P)로 4위, SK이노베이션이 4.5%(2.7%P)로 7위에 올랐다. 반면에 자국 수요에 의존하는 중국 CATL과 BYD는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경쟁 우위 요인이라면, 하이 니켈 중심의 앞선 양극재 기술, 유럽 현지 공장을 통한 대응력, 공격적 생산능력 리더십 등을 꼽을 수 있다.
배터리는 여러가지 면에서 반도체를 닮았다. 자본집약적으로 생산능력 선점과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고, 하이 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전지 등 기술이 지속적으로 진화해 기술 격차가 유지되며, 소재·장비 등 생태계가 발달해 있다. 전기차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품질 신뢰도는 반도체보다 더욱 중요시된다.
미래 성장성이 확고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며, 반도체에 이어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 테라와 참이슬을 혼합한 테슬라가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테슬라 주식을 선호한다는 말이 있다. 모쪼록 환경을 위해서든, 국가 경제를 위해서든 전기차의 확산이 가속화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