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주요 거래처에 올해 스마트폰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자국산 장비로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가 쓰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제재를 발표하자 그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올해 1월만 해도 거래처에 대한 주문 전망을 약 2억4000만 대 분으로 2019년과 같은 수준으로 잡았다. 그러나 이달 초에 10% 가량을 낮춰 다시 통보했다고 한다. 화웨이가 주문 계획을 분기 중에 변경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5월 중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발표가 나온 직후 화웨이로부터 3분기 부품 구매가 당초 계획보다 20% 줄어들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또 화웨이는 연말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6월부터 양산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여러 부품 업체에 “통지가 있을 때까지 생산을 일단 중단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공급처 변경이 불가피해졌고, 스마트폰 설계까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동안 화웨이는 자체 설계한 최첨단 반도체 대부분을 대만 TSMC에 위탁 생산해왔다. 그런데 TSMC가 미국 제재를 이유로 이미 화웨이의 신규 주문을 거부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대체 공급처를 찾지 못하면 화웨이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 대응 스마트폰 등 고급 기종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스마트폰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든 업체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불확실성은 거래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용 광학렌즈 생산업체인 대만 라간정밀의 경우, 화웨이의 부진 여파로 5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3% 줄었다고 한다.
미국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최근 '화웨이 제재: 통신, 글로벌 반도체 및 미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반도체 업계가 화웨이 제재로 인해 약 70억 달러의 사업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즈호증권의 나카네 야스오 수석 애널리스트는 4일자 보고서에서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 대수 전망치를 2억 대에서 10%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