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하기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파견을 제의했다고 공개하면서 사실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폭파 당일에도 특사파견을 부인하는 부인하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특사파견을 제의해 왔다고 17일 오전 보도했다. 통신은 "우리의 초강력대적보복공세에 당황망조한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동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고 하면서 방문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고 보도했다.
또 "남측이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해온 데 대해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리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전날 특사 검토를 부인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사파견은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북한 보도가 사실이라고 전제할 경우 청와대는 특사 파견 여부에 대한 답변을 미처 듣지 못한 상태에서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상황을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북한의 보도가 나온 뒤에도 특사 제안 여부에 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특사 파견 제의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행위 자체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대북특사 파견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간 긴장 상황이 벌어질 때 돌파구를 여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돼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까지만 해도 경색되어 있던 남북관계는 이듬해 특사가 오가면서 화해무드로 급격히 전환됐다.
2018년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다. 이어 3월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실장 등이 평양을 찾았다. 이후 남북관계는 대결에서 대화로 방향을 틀었고, 이는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