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거래가 중단됐던 3~4월이 지나고 5월부터 거래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5월 중순 이후 빠른 속도로 매매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올 1~2월의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주택 거래량의 통계가 정확히 집계되면 역대급일 가능성도 있다.
고가주택 거래시장의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가 끝나는 6월 말을 앞두고 절세용 급매물이 줄기 시작하면서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움츠렸던 매수 수요가 조금씩 움직이는 듯하다.
청주ㆍ거제시 등 지방의 경우 법인 투자가 늘면서 거래가 급증했고 최근에는 하룻밤새 호가가 수천만원씩 오르면서 배액배상 분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산신도시나 남양주시 등 수도권에서 지난 10여년간 집값이 꼼짝하지 않던 지역들에도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중개업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3월과 4월에 약보합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도 거의 9주만인 6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역별로 중구(0.16%), 구로구(0.11%), 종로구(0.09%), 서대문구(0.08%), 강동구(0.07%), 노원구(0.06%) 순으로 올랐다.
움츠렸던 경매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국 법원 경매시장에서 ‘꼬마빌딩’ 몸값이 치솟고 있다. 건물 한 채에 40명이 넘는 응찰자가 몰리는가 하면 낙찰가율이 200%를 넘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인천 서구 검암역 근처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에 8만여 건의 청약이 몰리면서 역대 인천 최다 청약자수 기록을 세웠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크게 높았기 때문에 미분양을 예상했지만 비규제 지역에 공급되는 대규모 단지인데다,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전매 제한 강화를 피하려는 막차 수요까지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ㆍ수도권에서 최근에 내놓은 아파트 분양 잔여물량은 무순위 경쟁률이 수만대 1 이상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최근 전월세 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여당에서 전·월세 재계약을 현행 2년 단위에서 ‘무기한’ 연장하는 일명 ‘전월세 무한 연장법’이 나와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하반기에도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을 보인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지난해 7월 첫째주부터 올해 6월 첫째주까지 11개월 동안 상승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4.54%까지 치솟았다. 하반기에는 입주 물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듯하다.
2017년 이후 나온 각종 부동산 규제책이 장기적으로 공급 물량 부족 현상을 유발하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4년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해 아파트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난 후 1년여 지난 2006년에는 오히려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매매값이 크게 오른 것처럼 이번에도 2018년~2019년 상반기의 역전세난 이후 1년여 지난 현 시점부터 올 하반기에는 매매가 급등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듯하다.
특히 무주택자는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대하면서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는 반면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전세-매매가의 갭이 줄고 있어 투자 세력의 진입이 차츰 강해지고 있는 듯하다.
경기ㆍ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광역교통망 확충과 재건축·재개발 등 개발 이슈가 하반기 집값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전월세 의무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된 시점을 전후해 전셋값이 급등했던 시기와 비슷한 환경이 최근에 조성되고 있는 점도 우려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