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9일 근무여건 개선 등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기본적인 처우를 보장하고 인권침해 사례를 해소하기 위한 '외국인 어선원 인권문제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8일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7시간 일하면서도 한 달 임금은 6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실태를 고발했다.
이날 해수부도 열악한 근로환경과 높은 작업 강도로 대부분의 내국인 선원들은 국내 어선 승선을 피하고 있다며 어선원 중 외국인 비중이 2014년 14.8%, 2016년 16.3%, 2018년 17.2%로 계속 증가하는 등 내국인 선원들이 꺼리는 빈자리를 외국인 선원들이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 송출비용 과다, 열악한 근로조건 및 숙박시설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증가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발표한 주요 개선방안을 보면 우선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 주요 송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외국인 선원 송출체계를 개선키로 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현지 정부나 공공기관 주관으로 외국인 선원 인력풀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 수협을 중심으로 송입업체 평가와 외국인 선원 배정 쿼터를 연계해 송입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수협이 외국인 어선원 도입을 총괄관리 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한국선원고용복지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 중 28%가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해수부는 인권단체와 공동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외국인 선원 실태점검도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한다. 수산분야 관계자를 옴부즈만으로 지정해 외국인 어선원의 일상생활도 모니터링한다.
인권침해 행위로 실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선박에는 외국인 선원 배정을 제한하고 관계자는 해기면허를 취소토록 하는 등 엄격하게 처벌받도록 하고 외국인 선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준 모범선장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아울러 외국인 어선원이 언어소통 문제로 신고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수협과 선원고용복지센터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 선원 콜센터를 통해 고충 사항을 접수하고 이를 지방청 선원근로감독관과 연계해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등 고충 해결 절차를 내실화한다.
근로기준법상 숙소 기준이 없는 20톤 이상의 어선에 대해서도 외국인 선원 숙소 기준을 마련하고 공동기숙사 지원사업 등 선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열악한 원양어선원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총 1700억 원 규모의 원양어선 안전펀드를 조성한다. 노후어선의 신조 대체를 통해 적정 거주공간, 조명 등을 확보하고 외국인 선원들이 가족, 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도록 선내 와이파이(Wi-fi) 등 무선통신망도 확대한다. 선내 급식기준도 마련한다.
원양어선에 승선하고 있는 외국인 선원의 임금은 현재 국제운수노동조합(ITF)에서 정한 국제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하고 있으나 임금을 보다 현실화하기 위해 노사정 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과도한 근로시간 등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어선원 노동협약(C.188)의 국내 비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김준석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외국인 선원들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며 국내 수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국격에 걸맞게 외국인 선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