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겪으면서 유통업계에 영역 파괴 바람이 거세다. 편의점이 대형마트에서나 볼 법한 대용량 제품을 속속 내놓는가 하면 대형마트들은 1인 가구 공략에 나섰다.
9일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문을 연 이마트타운 월계점에는 나홀로 외식족이 늘고 있는 추세에 맞춰 푸드코트 ‘엘리펀트’에 1인 좌석 16석을 설치했다. 아울러 매장 내 정육 코너에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포장 육류 상품도 진열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소단위 포장 과일이 잘 팔리자 1㎏짜리 애플수박과 3㎏ 내외의 ‘블랙보스수박’을 내놨다. 홈플러스 역시 반으로 자른 수박을 한 번 더 자른 ‘1/4 수박’(1.5㎏ 이상, 7990원)을 새롭게 론칭했다.
이마트 역시 8일 까망애플과 블랙망고 수박 등 미니 수박과 ‘나혼자 수박’, ‘반쪽 수박’, ‘1/4 수박’ 등 5㎏ 미만 수박을 3~4년 전 물량 대비 3배나 늘어난 1000톤을 준비해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실제 최근 대형마트 업계에서 소용량 과일 매출 상승은 가파르다. 이마트의 전체 수박 매출에서 5㎏ 미만 수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에서 2019년 16%까지 4배 상승했다. 반면 10㎏ 이상 수박 매출 비중은 2015년 20.7%에서 지난해 9%로 절반 아래로 줄었다.
대형마트 업계는 1~2인 가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정간편식(HMR) 사업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연도별 간편식 매출신장률을 보면 2018년 37.7%에 이어 지난해에도 16.2%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30%가량 신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2월 조직 개편을 통해 ‘밀혁신 부문’을 신설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피코크 비밀연구소’를 운영 중인 이마트 역시 4월 ‘피코크 100% 맛 보장제도’를 도입해 맛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에게 환불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은 대용량 제품을 속속 출시해 대형마트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편의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당장 필요한 물건을 소량으로 구입하는 곳’에서 ‘집 가까이에서 장을 보는 곳’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GS25가 올들어 5월까지 과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과테말라바나나 6~8입 △성주참외1.5㎏(봉) △착한사과 1.8㎏이 과일 매출 ‘베스트5’에 들었다. 예전에는 1~2입 과일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대용량 소비로 바뀐 것이다. 롤티슈 매출도 지난달 대용량 비중이 약 85% 였던 반면 소용량은 15%에 불과했다. 디저트빵도 10입짜리 ‘오븐에구운도너츠’ 등 3종이 상온디저트빵 매출 1~3위에 올랐다.
이마트24 역시 5월 1일부터 이달 4일까지9 대용량 봉지 각얼음 매출과 대용량 아이스크림, 탄산PET(大), 생수(大), 과즙음료(大) 등 대용량 상품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대용량 신제품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CU는 다양한 고급 요리를 한데 담은 홈플래터 메뉴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도시락이 대부분 1인분 용량이라면 플래터 도시락은 2~3인분이다. 아이스크림의 경우도 가족 단위로 먹을 수 있는 파인트 품목 수를 늘린다.
대용량 롤티슈 1+1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GS25는 최근 대용량 상온디저트빵의 인기에 힘입어 △오븐에구운갈릭스틱빵(12입) △오븐에구운머핀(6입) 2종을 추가 출시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시장에서 대형마트와 편의점마저 경쟁 구도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