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강압에 의한 흑인의 죽음에서 비롯된 미국의 시위가 ‘경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로 발전하고 있다. 시위대는 인종 차별 반대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경찰에 의한 폭행 사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미국 의회와 지방자치정부에서는 경찰 조직의 수사 기법과 권한, 예산 감축 등 경찰 개혁을 향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의 행동이 일부 시위에서 나타난 폭력보다 문제가 크다는 답변이 2대1의 비율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자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8%는 플로이드가 살해된 상황보다 시위가 더 큰 관심사라고 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81%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또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이 급속히 통제를 잃어가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전체의 80%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7일 뉴욕경찰(NYPD) 예산을 줄이고, 청소년 지원과 사회 서비스를 늘리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아울러 향후 18개월 간 경찰을 집중적으로 개혁하기로 하고 예산 등 구체적 방안을 세우기로 약속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NYPD의 연간 예산은 약 60억 달러로 뉴욕시 전체 예산의 60%가 넘는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시 의회도 조치에 나섰다. 경찰이 용의자를 구속할 때 목을 조르는 행위(초크홀드, chokehold)를 금지하거나 또는 허용되지 않은 경찰권 행사에 다른 경찰관의 개입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7일에는 시의원들이 경찰 해체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전역에서 추진하는 경찰 개혁안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도 경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전문 조직을 만들 계획을 나타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이어지는 시위의 기저에는 반복되는 경찰에 의한 폭행 사건과 사건 후에도 공정하게 심판받지 않는다는 불만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둘러싼 재판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인데, 재판의 향배에 따라 항의 시위가 다시 과격해질 수도 있다.
경찰 개혁은 또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쟁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6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 100일 이내에 경찰 개혁에 나설 뜻을 나타냈다.
미국 상·하 양원의 민주당 의원들도 과감한 경찰 개혁을 위한 법안 준비에 들어갔다. 이르면 8일 발표한다.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호소하며 미국 전역으로 퍼지는 시위의 에너지를 경찰의 직권 남용에 대해 소추를 간소화하는 구체적인 법 개정의 원동력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취지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7일 유튜브가 주최한 졸업 축하 이벤트에서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 “오랜 인종 간의 불평등과 경찰 개혁의 실패에 대한 고통과 불만을 전하는 것이며,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