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위기에 몰리면서 삼성이 7일 ‘대언론 호소문’을 냈다. 삼성은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도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며, “일부 언론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출처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보도, 유죄 심증을 전제한 기사들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삼성이 언론에 대한 해명의 형식을 취했지만, 재판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의 절박한 위기감을 반영한다. 삼성은 “합병은 관련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도 국제회계기준을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세를 조종했다는 검찰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일부 언론보도가 객관적 사법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삼성은 “장기간의 검찰 수사로 정상적 경영이 위축됐고, 코로나19 사태와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라며, “한국 경제의 난국 극복을 위해 삼성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말 답답하고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2017년 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4년째 계속되고 있다. ‘노조와해 의혹’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도 덧씌워졌다. 이 부회장은 이미 1년 동안 옥고도 치렀다. 총수 부재와 대규모 투자의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삼성의 경영차질이 가져온 유무형의 손실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삼성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타격이다. 외국 언론들은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의 기로에 놓이면서 삼성 경영이 발목 잡히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누구든 분명한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 총수라고 해서 어떤 특혜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역차별이나, 또 만에 하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은 더욱 안 될 말이다. 이 부회장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검찰이 또다시 그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건 쉽게 납득 가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와 기업의 모든 역량을 모아 나라 경제를 코로나 위기에서 되살려 내는 것이 가장 다급한 과제다. 삼성이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호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