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잇달아 금융감독원의 결정 사항에 반기를 들면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부원장 3명 대거 교체하면서 새롭게 진용을 구축한 윤석헌<사진> 금감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키코, DLF 등과 관련해 금감원의 제재에 대해 시중은행들이 불복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5일 이사회를 열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을 결정한 4개 기업에 대한 배상 권고를 수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해 은행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측도 "장기간의 심도깊은 사실관계 확인 및 법률적 검토를 바탕으로 이사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조정결과의 불수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외환파생상품인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을 상대로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액의 일부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 등이다.
이 중 현재까지 조정안을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키코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윤 원장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키코 피해 복구는 윤 원장이 취임 전부터 내세웠던 대표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지난 4월 28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배상) 기업을 살리는 것이 주주 가치에 반한다는 은행 측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은행에 더 강하게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솔직히 이제 금감원이 할 일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부른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과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은행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도 윤 원장에게는 악재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1일 금감원이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디엘에프)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내린 문책경고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지난 3월8일 행정소송 제기에 이어 두번째다.
윤 원장은 그동안 DLF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밝혀왔다. 윤 원장은 "시계를 몇 달 돌려도 내 의사결정(DLF 징계)은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금융이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 금융회사가 동조하면서 그런 잘못이 조직에 광범위하게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는 4일 임시 회의를 열어 김근익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최성일·김도인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금감원 신임 부원장에 임명했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한다. 이들 신임 부원장 임기는 2023년 6월까지다. 지난 3월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부원장 자리에 오른 이후 이번 부원장 인사로 금감원 간부진은 최근 3개월 새 전원 교체됐다.
업계 관계자는 "윤 원장의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시중중은행들이 금감원에 반기를 들고 있다"며 "부원장이 모두 교체된 어수선한 상황에서 윤 원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