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노믹스 빅뱅] 금융그룹, 계열사 고객정보 ‘그림의 떡’

입력 2020-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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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시대 막 올랐지만…규제에 발목 잡힌 혁신금융

데이터 융·복합을 통한 혁신금융이 차세대 금융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금융그룹은 계열사의 고객 거래정보조차 마음껏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이 이를 막고 있는 탓이다. 데이터 경쟁이 본격화돼도 금융그룹은 시대에 뒤떨어진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은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에 금융지주사법 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당국은 고객의 동의를 받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마이데이터 이슈가 생기면서 금융지주사법은 밀려난 모양새다. 여전히 당국 입장은 같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체계에선 계열사 간 고객 정보를 ‘영업 목적’으로 융·복합할 수 없다. 법령에는 ‘신용위험 관리 등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정보의 융·복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시행령에는 ‘영업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예컨대 A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할 때 기입, 제출하는 각종 개인정보를 A은행과 동일 계열인 A카드사, A보험사에서 ‘마케팅, 영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만약 A은행에서 정보를 수집할 경우 A카드나 A보험이 해당 정보를 활용하고자 할 때는 이용자의 ‘동의’를 우선 구해야 한다. 이용자 동의가 없어도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신용등급 확인 등 금융거래를 위한 경영목적의 필수 사항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2014년 카드정보 유출 사태 때 은행거래를 하는 소비자도 카드사가 해킹되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해 금융지주사법으로 차단됐다.

이 때문에 현재 금융그룹들은 계열사별 고객 정보를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만 이용하는 실정이다. 고객이 해당 지점을 방문하거나 앱을 이용하더라도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한 금융그룹의 고위 임원은 “계열사를 두루 거래하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면 해당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현행법에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8월부터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시행돼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금융그룹은 ‘특별법’인 금융지주회사법이 우선이라 당장 데이터 3법의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이데이터(My Data) 사업도 금융그룹은 사업권을 취득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핀테크 업체는 금융그룹 계열사의 고객 정보를 모두 취합해 새로운 시도에 나설 수 있다”며 “정작 금융그룹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막혀 새로운 상품·서비스 개발은 고사하고 계열사 간 정보조차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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