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은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에 금융지주사법 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당국은 고객의 동의를 받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마이데이터 이슈가 생기면서 금융지주사법은 밀려난 모양새다. 여전히 당국 입장은 같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체계에선 계열사 간 고객 정보를 ‘영업 목적’으로 융·복합할 수 없다. 법령에는 ‘신용위험 관리 등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정보의 융·복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시행령에는 ‘영업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예컨대 A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할 때 기입, 제출하는 각종 개인정보를 A은행과 동일 계열인 A카드사, A보험사에서 ‘마케팅, 영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만약 A은행에서 정보를 수집할 경우 A카드나 A보험이 해당 정보를 활용하고자 할 때는 이용자의 ‘동의’를 우선 구해야 한다. 이용자 동의가 없어도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신용등급 확인 등 금융거래를 위한 경영목적의 필수 사항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2014년 카드정보 유출 사태 때 은행거래를 하는 소비자도 카드사가 해킹되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해 금융지주사법으로 차단됐다.
이 때문에 현재 금융그룹들은 계열사별 고객 정보를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만 이용하는 실정이다. 고객이 해당 지점을 방문하거나 앱을 이용하더라도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한 금융그룹의 고위 임원은 “계열사를 두루 거래하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면 해당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현행법에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8월부터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시행돼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금융그룹은 ‘특별법’인 금융지주회사법이 우선이라 당장 데이터 3법의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이데이터(My Data) 사업도 금융그룹은 사업권을 취득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핀테크 업체는 금융그룹 계열사의 고객 정보를 모두 취합해 새로운 시도에 나설 수 있다”며 “정작 금융그룹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막혀 새로운 상품·서비스 개발은 고사하고 계열사 간 정보조차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