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본소득제 도입 경쟁, 돈은 어디서 나오나

입력 2020-06-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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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제 추진을 공식화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관련법 제정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김 위원장은 ‘실질적·물질적 자유를 위한 기본소득’을 언급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정책 경쟁’을 천명하면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곧 기본소득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소득제도는 간단히 말해 전 국민에게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고 매달 일정한 금액의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이번에 모든 국민에게 뿌려진 긴급재난지원금도 같은 개념이다.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소득보장은 부족하고, 소득의 기반인 안정적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수 서민계층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앞으로 2년 후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도 높다.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구호야 그럴 듯하고, 일단 정부가 돈을 주겠다는데 반대할 국민들은 없다. 문제는 그 막대한 돈을 어디에서 조달할 수 있느냐에 있다. 국민 1인당 매달 30만 원씩만 지급해도 연간 소요예산이 180조 원을 넘는다. 올해 복지예산 180조5000억 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수많은 복지사업을 없애고 기본소득제도로 대체하면 가능하다.

기본소득제를 시도한 다른 나라가 없지 않다. 핀란드는 실업자 가운데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6만 원)를 조건 없이 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전체 사회의 복지비용을 줄이고 근로의욕을 높이자는 취지였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위스의 경우 기존 복지제도 축소를 전제로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17만 원)을 제공한다는 기본소득안을 2016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아직은 전혀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정치적 구호인 것이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도, 국민적 합의도 없다. 재원을 마련하려면 또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특별대책으로 지급한 1회성 재난지원금 예산만도 100조 원을 넘어 나라살림에 깊은 주름살을 주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를 말하기 전에 우선 기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청난 세금을 부담해야 할 국민들이 납득 가능한 비용대비 효과가 분명히 제시돼야 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재원조달 방안부터 나와야 한다. 무턱대고 주고 보자는 식은 나라 재정을 파탄시키는 선심성 공짜복지일 뿐이다. 지금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가라앉는 경제부터 살리는 것이 다급한 마당에 결코 섣불리 접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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