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중 고용 유지 조건을 90% 이상으로 꽤 빡빡하게 설정했다. 위기를 빌미로 기업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러한 조건이 기안기금을 받는 기업에 장벽이 되고, 결국 기금을 통해 자금을 받는 게 정부는 결코 ‘특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은성수 위원장도 기안기금 설립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분을 강조했다.
대개 특혜 시비는 부실이 감지되는 기업에 돈이 투입됐을 경우를 의미하는데, 다시 말하면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기업이 정부의 자금을 받으면서 연명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에는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부가 기안기금을 운영하면서 ‘특혜방지’와 ‘일자리 지키기’란 사실상 양립하기 쉽지 않은 두 개의 단어를 열거한 셈이다.
이는 기안기금 위원들 사이의 인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안기금 출범식에서 밝힌 발언을 보면 노광표 위원(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경제 위기 상황이 왔을 때 ‘기업을 살리고 경쟁력 높이자’라고 하는 좋은 뜻을 가지고 출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은 살지만,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낙오됐던 아픔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신현한 위원(연세대 경영학 교수)은 “작년만 해도 우리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이번이 위기가 아니라 운동화 끝 다시 묶고 달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언급했다. 김주훈 위원(KDI연구위원)도 “부실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것과는 절대 선을 그어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노광표 위원과 다르게 특혜 시비를 우선으로 고려했다.
위원마다 기안기금의 목적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금은 한 방향으로 귀결된다. 김복규 위원(산업은행 부행장)의 말처럼 “고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문제”인 것이다. 앞으로 7명의 위원은 기안기금이 투입될 기업을 선정한다. 이르면 이달 말쯤 첫 수혜대상이 발표될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가운데, 어떤 논리로 수혜 대상을 선정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