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팔자’ 일변도였던 외국인의 매매동향에 변화가 감지된다. 증권가는 최근 달러화의 약세 전환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315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도 469억 원어치 사들이며 연일 매수세를 이어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던 이전 흐름과 분명한 온도 차가 엿보인다.
실제 지난 1월 3047억 원 순매수한 외국인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월 3조313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3월 12조5550억 원 순매도해 정점을 찍더니 4월, 5월에는 약 4조 원씩 내다 파는 흐름이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진 데는 한국과 신흥국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자금 이탈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셀코리아’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흐름이 바뀌었다.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강달러가 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한 주만에 20.9원(1.71%) 하락한 1218.7원을 기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완화는 이머징 등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며 “이러한 흐름이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현상 약화 또는 순매수 전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1일 국내 조선업체들의 약 23조 원 규모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수주는 달러 약세를 불러올 결정적 사건으로 주목된다. 이들의 환헤지 대응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04년 국내 조선업 호황 당시 조선사들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로 원달러 환율이 900원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향후 스왑레이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 하락으로 인해 환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흐름이 바뀌면서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 신호에 파란불이 켜졌다. 이날(현지시간) ‘아이쉐어즈(iShares) MSCI EM ETF’의 좌수가 전날 대비 0.58% 늘어났다. 2070조 원 규모의 자금이 추종하는 이 ETF는 한국 비중이 약 12%이기 때문에 외국인 수급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이번 좌수 증가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지난달 15일 이어 두 번째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좌수 증가는 지난 5월 중순 이후 처음 발생한 외국인 위험선호(Risk-On) 시그널”이라며 “다만 과거 경험상 패시브 외국인 자금 유입이 추세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연일 좌수 증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이 추세가 되면 대형주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에 따른 수급 개선이 나타날 경우 코스피200 지수 내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