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통부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해외 노선 운항에 관한 양국 협약을 어기고 미국 항공사의 여객 항공 서비스 재개를 허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응으로 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또 교통부는 “미·중 항공사 모두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중국 측과 교섭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우리 항공사에 허용하는 만큼 우리도 중국에 대해 같은 수의 운항편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번 명령은 16일 발효 예정이지만 대통령이 원한다면 더 일찍 실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명령 대상은 에어차이나와 동방항공, 남방항공과 샤먼항공 등 4개사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항공사들의 중국행 노선 운항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에서도 운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늘길을 둘러싼 갈등은 무역과 코로나19, 홍콩 문제 등을 놓고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 델타항공은 이달 1일 중국으로의 항공편을 재개하려 했지만 지난달 중국 민항총국(CAAC)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재취항이 무산됐다. 앞서 미국 교통부는 지난달 말 성명에서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항공사들이 6월부터 취항 재개를 원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AAC는 지난 3월 29일부터 외국 항공사가 중국 노선을 주 1회만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3월 12일 CAAC의 ‘국제 항공편 정보 공개’에 있는 비행계획에 포함된 국내외 항공사만 운항을 계속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에 당시 운항이 이미 중단된 상태였던 미국 항공사들은 적용 대상이 되지 못했다.
미국 항공사들이 지난달 취항 재개를 추진했으나 중국 측이 상기 조항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자 트럼프 정부가 보복에 나선 것이다.
다만 미국의 강한 반발에 중국 정부는 하루 만에 한 발 물러 서는 모습을 보였다. CAAC는 4일 성명에서 “오는 8일부터 그동안 제외됐던 모든 외국 항공사도 우리 웹사이트에 있는 목록에서 도시를 지정해 매주 1회 국제 여객 항공편을 운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3주 연속 탑승 승객 중 코로나19 환자가 없으면 주당 최대 2편으로 늘릴 수 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검사에서 5명이 양성이면 해당 루트는 1주일간, 10명이면 4주간 중지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CAAC의 이번 발표로 분쟁이 해결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아시아 연구 부문 이사는 “미국은 다른 나라와 연합해 중국이 외국 항공사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