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망 장비 공급 방안을 놓고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 경쟁사와 협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영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 “영국 정부가 자국의 5G 이동통신망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5월에 일본 전자업체 NEC와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삼성전자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이런 노력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화웨이를 ‘고위험 공급업체(High-risk vendor)’로 지정하면서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의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발을 초래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여당 의원들과 미국으로부터 이 결정을 재고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화웨이의 참여를 아예 배제시키라는 것이다.
마침, 이 결정 이후 영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홍콩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면서 존슨 총리와 측근들은 최근 중국에 대한 입장이 회의적으로 돌변했다. 코로나19가 영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병 초기 대응에 부실했다는 비판이 내부적으로 고조됐기 때문이다. 2일 오후 5시 기준 영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9728명, 확진자는 28만 명에 육박한다. 또 중국이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홍콩 보안법’을 추진한 것도 영국 내에서 불만을 키웠다.
존슨 총리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올 하반기 정부가 관련 법안을 추진할 때 화웨이의 5G 사업 참여를 차단하려는 보수계 의원들의 반란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영국 당국자는 “정부는 2023년까지 화웨이를 5G 통신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양한 대체 공급망 구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장비는 현재 영국 4G 모바일 광대역 안테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1월 도입된 규정에 따라 5G와 풀 파이버 광대역의 최대 35%를 공급할 수 있다.
5월 일본 NEC와의 협의는 NEC의 영국 5G 시장 진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기술을 구축하기 위한 시험 프로그램 ‘5G 크리에이트’를 통한 것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 움직임은 시장의 다각화와 화웨이 의존에서 탈피하는 데 영국 정부가 얼마나 진지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경우는 현재 영국 내 5G 이동통신망 장비 공급이 없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5G 이동통신망 장비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삼성에도 입찰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영국 정부는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위해 2억 파운드를 들여 5G 시험 프로그램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