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동부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공정위는 동부건설이 A 사에 에어컨 냉매 배관 공사 등을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했으며, 추가 공사에 따른 하도급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11월 시정명령과 함께 벌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동부건설은 A 사와 2010년부터 13개 공사현장에 대해 냉매 배관, 멀티에어컨 및 세대 환기 공사 등의 하도급 계약을 직접 체결했다. 일부 공사는 삼성전자를 통해 재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A 사가 2012년 11월 기성금(중간 정산금), 추가 공사비 등 33억 원의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동부건설은 삼성전자와 함께 25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3사 간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 당시 A 사는 기성금 16억8900여만 원을 요청했으나 동부건설은 총 14억5000여만 원만 지급했다. 이에 공정위는 동부건설이 2억3900여만 원을 부당하게 깎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2월 “합의서 중 감액 대상은 기성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기성율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한 순수한 의미의 기성금 감액”이라며 동부건설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동부건설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벌점 부과 등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3사 합의를 통해 총 공사 비용에서 완성된 부분의 건축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인 ‘기성률’이 조정된 것으로 볼지, 전체 대금이 깎인 것으로 판단할지가 쟁점이 됐다. 전체 대금이 감액됐다면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하도급 대금의 부당 감액 행위에 해당한다.
2심제로 진행되는 공정거래 사건에서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이 사건 합의로 인해 전체 하도급 대금이 감액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동부건설 측의 손을 들어 줬다.
2심은 우선 삼성전자를 통해 재위탁한 부분은 하도급법상 하도급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더불어 동부건설과 A 사가 계약금액 자체를 감액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구두 합의한 바 없고, 이후에도 각 공사 현장의 기성고(완성된 부분)가 발생할 때마다 공사 대금을 청구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의는 A 사가 감액된 금액을 더이상 청구하지 않기로 한 것일 뿐"이라며 "조정된 기성율에 따라 지급한 것이 아닌 전체 대금을 깍은 부당 감액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합의서상에 ‘기성유보’를 차감된 액수와 명확히 구분해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합의로 인해 차감된 기성금을 향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의 ‘기성유보’로 볼 수도 없다”면서 "전체 대금을 깍은 것으로 봐야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