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본부장은 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정보와 다른 산업 간 결합을 강조했다.
현재 곳간(은행)에 저장해둔 데이터의 가치가 ‘1’이라면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해 데이터 가치는 수십 배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단순한 숫자놀음에 그치는 게 아니고 소비자의 행동 문화까지 담고 스토리를 입혀야 진정한 가치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데이터 매력적… 산업 데이터와 융합, 상품 가치 상승 = 대학교 강단과 미국 월가에서 근무한 김 본부장은 2017년 신한은행에 외부 영입 인사 1호로 입사해 3년째 빅데이터 센터를 이끌고 있다.
“은행에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살펴보니 정리가 되지 않은 데이터가 방치돼 있었다.” 김 본부장이 신한은행을 선택한 이유다.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던 그와 데이터 활용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은행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IB데이터 다루다가 리테일(소매)로 왔는데 이 데이터가 어떤 식으로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직원들에게 먼저 데이터를 정리해 보자고 제시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직원들이 올린 보고서 명칭은 ‘CASH’로 명명했다. 고객(Customer)·자산(Asset)·영업점(Store)·자금의 역사(History of money)였다. 김 본부장은 “이렇게 정리된 데이터로 직장별 소득, 소비, 저축 3가지를 볼 수 있었다. 은행이 가진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소득 분포나, 소비, 저축 같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이 데이터들은 유통업이나 통신업 같은 이종 산업과 연결되면 파급력이 커질 것 ”이라고 판단했다.
데이터를 만들어 놓고 유통과 통신 등 다른 업종과 미팅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들고 들어갔다. 새로운 지점이나 대리점을 열 때 금융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한은행이랑 다른 은행의 데이터를 붙인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은행, 카드사마다 자료가 비슷해 새로운 내용을 얻기 어렵다”며 “유통회사와 통신 회사와 데이터 관련 협업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통과 통신 업체들은 금융권 자료가 절실한 상황이다. 카드사의 결제나 은행의 소득 데이터를 활용하면 상권을 분석할 때 유용하다.
◇은행권 데이터 중요성 확산… 진옥동 행장, 회의 때마다 질문 세례 = 데이터의 중요성은 신한은행 전반으로 확산 됐다. 각 부서 임원들 찾아가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갖고 있는 데이터를 공유했다. 데이터에 관심이 없었던 임원들도 이제는 출근과 동시에 데이터부터 확인한다.
김 본부장은 “전 은행 그룹장실에 영업점 데이터가 들어가 있어 필요한 데이터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국내외 데이터를 가공해 정리한 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이 이끈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IDC)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어워드에서 빅데이터 시각화 분석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로 정보비전(Information Visionary) 부문의 올해의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각화 분석 솔루션을 이용해 주요 경영 지표를 시각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업무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디지털에 관심이 많다 보니 김 본부장에게 회의 때마다 끈질기게 질문한다. 그는 “회의에 들어가면 행장님이 계속 빅데이터 관련 보고서나 사업 방향에 대해 물어보신다”며 “데이터를 갖고 할 수 있는 사업을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밀어주시는데 부담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은행의 디지털화를 위해 내부인재 50%와 외부인재 50%를 적절히 섞어야 이상적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인재 영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좋은 인재가 곧 은행의 경쟁력”이라며 “외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되 금융업을 알고 있는 내부 인재 양성에도 힘써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