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더해도 1%도 채 안 된다. 그야말로 저금통 수준이다. 실망감에 빠져나간 돈은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머물며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표 거치식 예금상품인 ‘국민슈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0.3%포인트(p) 인하했다. 이에 따라 가입 기간별로 연 0.6~1.05%였던 기본금리는 0.3~0.75%로 낮아졌다. 5일부터는 일반 정기예금상품 금리도 0.8%에서 0.55%로 0.25%p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이달 초부터 ‘희망키움통장’과 ‘내일키움통장’의 3년 만기 금리를 2.5%에서 2.0%로 낮췄다. 이외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도 수신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저금통 실망감에 예·적금 자금 이탈은 더 빨라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예·적금 잔액은 682조2184억 원으로 전달(687조6567억 원) 대비 5조4383억 원(0.8%) 줄었다. 3월 말과 비교하면 8조2002억 원이 빠져나갔다.
인출된 자금은 MMF로 흘러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MMF에는 20조2619억 원이 유입됐다. 요구불예금과 예·적금과 금리 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돈을 바로 뺄 수 있는 통장에 자금을 묻어두고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자금이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99일 만에 2100선을 넘어섰다.
그 덕에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 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투자자예탁금은 44조5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배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규제 강화와 보유세 인상, 실물경기 악화 등이 맞물려 아직은 잠잠하지만,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집값 상승 기대감에 돈이 돌 거란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0%대 금리면 1000만 원을 1년간 예·적금해도 이자소득세를 떼면 손에 쥐는 돈이 7만 원 남짓밖에 안 된다”라며 “다른 은행들의 수신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자금이탈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이자 생활자들은 채권형 펀드로 돈을 옮기고 있다. 5월 한 달간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9652억 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형에도 1184억 원이 순유입됐다.
이 관계자는 “저축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은퇴자 등은 안정적이면서도 예금보다 2~3%p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