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모자란데 의협은 원격의료도, 의대 정원 확대도 '무조건 반대'

입력 2020-06-03 15:28 수정 2020-06-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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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사 늘린다고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의사 부족, 의료 질 떨어뜨려" 비판도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위기 정부의 원격 의료 추진 중단 및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위기 정부의 원격 의료 추진 중단 및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 정부·여당의 원격의료·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에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이 거세다. 원격의료는 의료영리화와 공공의료체계 붕괴, 의대정원 확대는 사회적 낭비와 보건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의협의 논리다.

◇고령화·포스트 코로나 대안으로서 원격의료 = 원격의료는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로, 한국판 뉴딜 중 디지털뉴딜과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의 한 축이다. 의료기관 수도권 쏠림과 인구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 취약계층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통신기기·진료 방식 발전을 K-방역 등 새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다만 원격의료 추진은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의료법상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허용되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불가하다. 원격의료 전면적 확대를 위해선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나, 18대 국회부터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원격의료 법안은 오진 등 안전성 우려로 폐기됐다.

이런 원격의료의 대안이 의대 정원 확대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구당 임상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꼴찌’로,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다. 안 그래도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 의료기관 수도권 쏠림과 인구 고령화가 더 심해지면 의료 취약계층은 지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원격의료가 아니라면 비수도권 의료기관을 늘리거나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돌보는 왕진의사를 늘려야 하고, 그 대안은 의대 정원 확대라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의협은 ‘무조건 반대’ = 하지만 의협은 3일 강원도의사회 회원들에게 “원격의료에서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안전성과 환자에 대한 유효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기술적 안전성도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강원도는 규제자유특구로 원격의료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의협은 “원격의료를 허용하게 될 경우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의 본질이 왜곡돼 의료 체계 전반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선 최근 논평을 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를 특정 분야의 의사가 더 많다고 해서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왜 의대생이나 의사들이 이른바 ‘비인기 전공과목’을 선호하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는 의대 정원을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협의 주장에는 원격의료와 의대 정원 확대의 대안이 없다. 의료계 내에서 의협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사 수는 명백히 부족하다.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절실하게 느낄 것”이라며 “반면, 의사들은 생산성이 너무 높다. 의사 1인당 환자가 너무 많다는 말로, 이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고령화가 계속되면 환자가 늘어 의사가 더 모자랄 것”이라며 “원격의료 같은 기술을 도입해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게 아니라면, 의사를 늘려 의료 취약지에 병원을 늘리든가 의사들이 왕진을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를 신설하는 게 어렵다면 기존 의대의 정원을 늘리고, 늘어난 정원에 일정 기간 공공의료기관 근무를 의무화하면 된다”며 “어떤 방향이 됐든, 이제는 의협도 한 가지는 양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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