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968년 이후 최악 시위...세계 민주주의 근간 흔들린다

입력 2020-06-02 15:49 수정 2020-06-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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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낙서로 도배된 세인즈존스교회, 이른바 ‘대통령의 교회’를 지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낙서로 도배된 세인즈존스교회, 이른바 ‘대통령의 교회’를 지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세계 민주주의의 심장부가 불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가운데 인종 차별로 촉발된 시위는 사회 양극화에 대한 분노와 맞물리며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까지 7일째 이어진 미국의 인종차별 시위는 미국 전역에 걸쳐 유혈사태로 번졌다. 시위대는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워싱턴D.C.의 백악관 턱밑까지 들이닥쳤다. 약탈과 방화, 폭력, 기물파손이 난무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고 총격을 가했다.

곳곳이 무법천지로 변하면서 140개 이상 도시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동시에 통금령을 내린 것은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처음이다. 미국 민주주의가 50년 만의 최악의 유혈 폭동으로 얼룩진 것이다.

이번 시위는 인종차별 사건이 기폭제가 됐지만, 미국 사회를 위태롭게 지탱해 온 ‘사회 양극화’라는 뇌관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인종차별과 소득 격차 이슈는 고도의 경제 성장에 묻혔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문제의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소득 및 의료 양극화가 이번 시위와 맞물려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악관 근처 담벼락을 가득 메운 문구도 이 같은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백악관 인근 상점과 교회 벽은 “부자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낙서로 도배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라고 비난하며 군대를 동원한 무력 진압을 경고했다. 주지사들을 향해 “시위대를 제압하지 못하면 얼간이”라고 막말을 하고, 방위군을 동원하라고 엄포를 놨다. 문제를 풀어야 할 대통령이 초강경 자세로 대립과 반목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싱크탱크인 몽테뉴연구소의 도미니크 모이시 선임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세계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존재가 될 수 없게 됐다”면서 “킹 목사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암살된 1960년대에 버금가는 암울한 시기”라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무력 진압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트럼프는 지난해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중국에 제재를 가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 시위 참가자를 영웅이나 투사로 미화했던 미국이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시민을 왜 폭도라 부르며 총을 겨누는가”라면서 “전형적인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중국을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했던 미국이 정작 자국 시위대를 향해 무력을 행사한 데 대해 역공을 날린 것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은 보란 듯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의 폭동을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부르며 세계가 혼돈에 빠지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정작 자국의 소수 집단이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울 때 그들은 가혹해진다”고 비난했다.

이번 시위가 단순한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을 넘어 민주주의가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비추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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