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화웨이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들이 최근 사무실을 크게 확장하거나 채용을 늘리는 등 싱가포르에서의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센스타임과 온라인 여행업체 씨트립, 소셜미디어 YY와 심지어 중국 메이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 등도 싱가포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중 관계 악화를 배경으로 양국 기업이 싱가포르를 동남아 시장 공략 전초기지로 삼고 있어서 이런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FT는 풀이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세빌스의 애슐리 스완 전무이사는 “중국 기업들이 지난 18~24개월 동안 동남아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미국과 중국 기술기업 모두 싱가포르를 동남아 공략 발판으로 보고 있어 이제 이곳이 격전지가 됐다”고 말했다.
인기 동영상 앱 ‘틱톡’으로 유명한 중국 바이트댄스는 2018년 말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사무실을 임대해 싱가포르에 진출했으며 연내 현지 대표 오피스 단지인 ‘원 라플스 키(One Raffles Quay)’로 이전할 계획이다. 사무실도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큰 공간을 쓰게 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클라우드·AI 혁신 연구소를 세웠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싱가포르 중심 상권에 있는 12억 달러(약 1조4700억 원)어치 고층 빌딩의 절반을 매입했다. 이는 알리바바의 첫 번째 해외 부동산 매입이다. 이 빌딩은 최종적으로 알리바바의 중국 본토 이외 지역 본사가 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로펌 라자앤드탄의 벤자민 청 파트너는 “미·중 대립이 중국 기술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직원을 늘리는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에 있다는 것이 동남아 시장 전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은 싱가포르의 정치 안정과 강력한 법규 시스템을 신뢰하고 있다”며 “이것이 높은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2018년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세웠으며 현재 아시아 첫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10억 달러에 달한다.
트위터는 올해 “싱가포르에 첫 아시아·태평양 엔지니어링 센터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완 전무이사는 “동남아는 미국과 중국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터 등의 분야에서 공개적으로 경쟁을 벌이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라며 “이 지역의 6억5000만 인구는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어 잠재적으로 거대한 고객 기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