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에서 근무하다 업무상 재해로 숨진 근로자의 유가족들이 기아차와 현대차 양사를 상대로 유가족 중 1인의 채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과 원심은 모두 이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는 산재유족에 대해 특별채용을 강제하는 단체협약 규정은 사용자의 고용계약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대물림하여 사실상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민법 제103조가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거나 관심이 큰 사건을 다룰 때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통해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본 사건에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산재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을 내용으로 한 단체협약은 비록 사용자의 채용 자유를 침해할지언정 협약자치의 관점에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인지의 여부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일자리의 대물림은 사실상 취업 기회를 독점하는 특수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반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로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법리적 관점에서 보면, 사인 간의 법률관계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노사관계 또한 사인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이상 노사 자치가 존중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다만 고용계약은 노사 간의 특수한 인적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하는 계속적인 계약관계인 만큼, 어느 정도 확정적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산재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의 경우 채용 시점 및 채용 대상을 특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산재에 대해서는 금전보상을 비롯하여 보충적인 구제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협약자치’라는 명문으로 자칫 사용자의 채용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특별채용이 산재 유족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자녀가 너무 어린 경우에는 실효성이 없으며, 또한 지원자의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경우 적재적소에 배치하기가 곤란하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하여 청년실업이 만연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산재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은 기회균등에 현저히 반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따라서 산재 유족에 대한 배려는 ‘채용의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산재보험의 확대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 가족에게 채용 시 특혜를 주는 내용을 단체협약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자칫 고용기회의 균등이라는 사회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실업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한다고 하나, 과연 법리적으로 합리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균형 잡힌 판단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