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기업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제조업은 대·중소, 수출·내수기업 할 것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내지 사상 최악의 심리를 기록했다. 반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에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비제조업은 5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제조업과 소비자심리를 합성한 경제심리는 넉 달 만에 반등했다. 다만, 이동평균선 개념인 경제심리 순환변동치는 석 달 연속 사상 최악을 이어갔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전산업 업황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오른 5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76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다. 직전월에는 51까지 떨어져 2008년 12월(51)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었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 업황실적 BSI는 3포인트 떨어진 49로 2009년 2월(43)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비제조업 업황실적 BSI는 6포인트 오른 56을 기록했다. 직전달에는 50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었다.
BSI란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각 업체의 응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뜻한다. 반면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장기평균치 80 전후를 암묵적 기준치로 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국내 유통물량 증가와 유류비 하락에 운수창고업이 14포인트 급등했다. 정보통신업도 시스템 소프트웨어 수주 증가에 9포인트 올랐다. 도소매업도 재난지원금과 으뜸효율가전제품 구매 시 30만 원 한도로 환급금을 지급해주는 정부지원책에 힘입어 7포인트 상승했다. 영양제 등 수요 증가에 의료물질·의약품도 23포인트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자동차는 11포인트, 화학물질·제품은 10포인트씩 떨어졌다. 각각 자동차 부품 판매와 화학제품 수출이 부진한 영향을 받았다.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6월 업황전망BSI를 보면 전산업은 3포인트 오른 53을 보였다. 직전월에는 50까지 떨어져 2009년 1월(49) 이후 가장 낮았었다. 제조업은 1포인트 떨어진 49로 2009년 2월(48)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반면, 비제조업은 6포인트 오른 56을 기록해 석 달 만에 역대 최저치를 탈피했다.
5월 업황을 업종별로 보면 운수창고업(11포인트)과 정보통신업(11포인트), 도소매업(8포인트)은 실적상승과 같은 이유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자동차(-6포인트)와 화학물질·제품(-7포인트)은 실적하락과 같은 이유로 내림세를 지속했다. 선박수주 감소로 조선·기타운수(-22포인트)도 급감했다.
기업규모별 보면 대기업은 2포인트 내린 57로 2009년 2월(43) 이후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은 4포인트 떨어진 41을 기록해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형태별로 보면 수출기업은 2포인트 하락한 53을, 내수기업은 4포인트 떨어진 47을 기록했다. 각각 2009년 2월(40, 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5월 경제심리지수(ESI)는 2.1포인트 상승한 57.8을 기록했다. 이는 올 1월 95.7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다. 반면, ESI에서 계절 및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순환변동치는 6.8포인트 떨어진 57.5로 석 달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강창구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은 지난달에 이어 하락한 반면, 비제조업은 정부 재난지원금 지원 정책 등에 따른 가계소비 일부 회복에 올랐다. 이에 따라 전산업도 소폭 올랐다”면서도 “수준 자체가 워낙 낮아 심리자체는 여전히 안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업심리 흐름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진행 상황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3162개 업체였다. 조사기간은 이달 12일부터 19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