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디지털세(Digital Tax) 과세대상에서 제조업 등 소비자 대상사업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디지털세의 해외 도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디지털세 과세대상이 디지털서비스 사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포함한 광범위한 소비자대상사업으로 확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매출액 7억5000만 유로(약 1조 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도 디지털세 적용 대상이다.
디지털세란 국제조세회피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한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논의과제 중 하나다.
OECD와 G20 등에서는 올해 말까지 새로운 고정사업장 정의, 과세권 배분원칙 확립 등 디지털세 과세방안을 마련하고 3년 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디지털세 논의의 핵심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시장소재지에 고정사업장이 없더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소비자대상사업을 포함해 법률을 제정하려고 하는 것은 디지털세의 입법 목적에 배치되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무형자산을 주력으로 하는 IT 산업과 달리 소비자대상사업은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는 유형자산을 주력으로 하고,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의 판매에 따른 해외영업이익에 대해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적정 세금을 부과하는 만큼 조세회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비자대상사업에는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 국내 글로벌 기업의 주력사업이 대거 포함돼있다.
올해 말 OECD 최종 권고안에서 이대로 확정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해외에서 디지털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한경연 측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이 내는 디지털세보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는 외국납부세액공제로 공제를 받는 만큼 국세의 세수 손실도 우려된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OECD 차원의 디지털세 도입이 결정된다면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보조를 맞춰야 하지만 디지털세의 목적과 국익의 관점에서 제조업을 포함하는 등의 잘못된 점은 수정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소비자대상사업이 디지털세에 포함된다면 상대적으로 소비자대상사업이 많은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EU에게 과세주권을 침해받을 수도 있다.
임 부연구위원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로 소비자대상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들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디지털세 과세대상에서 소비자대상사업이 제외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세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면 디지털서비스사업과 소비자대상사업을 구분하여 소비자대상사업을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이라도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