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커머스 기업의 저력이 확인됐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21일 발표한 ‘2020 아시아 100대 유통기업(Top 100 Retailers in Asia 202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11개가 포함된 가운데 쿠팡, 네이버, 위메프 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쿠팡은 지난해 57위에서 38계단이나 뛰어오른 19위로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기업을 제외하고 가장 큰 폭의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명암은 엇갈렸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순위가 일제히 하락한 반면 이커머스만 순위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은 아시아 유통 맹주의 자리를 올해도 지켰다.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이 나란히 1, 2위에 올랐고 10위권 내에 4개 기업이 중국 기업일 만큼 아시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10위권 내에 롯데(9위), 신세계(10위)가 이름을 올리며 체면치레를 했다. 신세계는 이마트의 부진에도 불구 지난해와 순위변동이 없었지만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는 8위에서 9위로 순위가 밀렸다.
이커머스의 약진은 쿠팡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100대 유통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린 네이버, SK텔레콤 등도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사례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신규 진입하면서 32위에 이름을 올렸다. SK텔레콤은 41위, CJ ENM은 83위였다.
위메프는 한국 기업 중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위메프는 62위로 지난해 순위보다 1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지난해 아시아 100대 유통기업에 한국 기업은 10개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1개로 기업 수가 늘었다.
아시아 시장에서 이커머스의 영향력도 한층 커졌다. 10대 유통기업 중 절반인 5개가 이커머스 기업이었고 오프라인 비중이 높은 기업은 롯데, 신세계를 비롯해 이온그룹, 세븐&아이홀딩스, 월마트 등이었다. 최근에는 롯데ON이 본격 출범하고 신세계도 SSG닷컴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체질개선이 한창이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거둔 성적은 초라했다. 현대백화점이 7계단 하락해 30위권에 겨우 턱걸이했고, 홈플러스도 6계단이나 뒤로 밀린 38위에 랭크됐다. 롯데, GS, BGF리테일 등도 줄줄이 순위가 밀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까지 이커머스에 뛰어드는 이유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언택트 수요가 늘면서 올해 이커머스 성장은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순위를 집계한 것으로 면세점과 호텔업, 제조업의 매출을 제외한 순수 유통부문 매출만으로 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