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수출이 이달 들어서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달 25.1% 감소한 한국 수출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20% 이상 급감하며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99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무역수지도 이달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다만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선방한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관세청은 이달 1∼20일 수출액이 20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51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3.5일로 지난해와 같아 하루 평균 수출액 감소율 역시 20.3%를 기록했다.
한국 수출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3월 확정치 기준 -0.7%로 선방했으나 지난달 25.1% 급감하며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공포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달 역시 20일까지 수출이 20% 이상 감소하며 타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월말로 가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상당수 업종의 수출이 집중되기 때문에 20일까지의 성적만으로 이달 전체 실적을 예단하기는 이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수입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이달 역시 두 자릿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3월 이후 미국, EU에서의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달 역시 두 자릿수 감소율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달 20일까지의 수출 품목별 성적을 보면 승용차(-58.6%), 석유제품(-68.6%), 무선통신기기(-11.2%)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반도체(13.4%)와 선박(31.4%)은 증가했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이달 1~10일 18.6% 감소했다가 열흘간 13.4%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 상대국별로는 미국(-27.9%), 유럽연합(EU)(-18.4%), 베트남(-26.5%), 일본(-22.4%) 등에서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과 중동으로 수출은 1.7%, 1.2%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따른 글로벌 교역 부진으로 수입액 역시 크게 감소했다. 1~20일 수입액은 23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46억6000만 달러) 줄었다.
품목별로 정보통신기기(13.1%), 기계류(0.1%), 승용차(27.2%) 등은 증가했으나 반도체(-8.6%), 원유(-69.3%), 가스(-7.3%) 등은 줄었다.
국가별로는 EU(18.7%), 베트남(14.1%) 등은 수입액이 늘었으나 중국(-3.6%), 미국(-24.1%), 일본(-7.9%), 중동(-67.5%) 등은 감소했다.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으면서 무역수지는 26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9억5000만 달러 적자를 내며 98개월간 이어온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깨졌다. 이달도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이 떨어지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