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일명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인 전자서명법 개정안과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예술인을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자동 폐기 예정인 기업 규제 강화 법안은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사태로 경제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 속도에 맞춰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전자서명법 개정안으로 공인인증서는 도입 21년 만에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 제도는 시장 독점으로 서비스 혁신을 저해하고 전자서명수단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신 국제적 기준을 고려한 전자서명인증업무 평가와 인정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자서명 제도를 국가 위주에서 민간 위주로 개편하도록 했다. 블록체인 등 다양한 전자서명수단이 활성화되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란 기대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예술인도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근거법인 ‘구직자 취업 촉진 및 생활안정지원법’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제도다.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할 의무를 지우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과 인권 침해 진상 규명을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과거사법의 막판 쟁점이 된 정부 배상 조항은 미래통합당의 삭제 요구를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며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사법 처리로 형제복지원, 6·25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21대 국회에선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이 재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의 반발로 20대 국회에선 처리가 무산됐지만, 177석의 여당의 단독처리가 가능해져서다.
민주당은 정부가 2018년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재추진할 계획이어서 ‘기업 옥죄기’ 비판을 피할 수 없단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대글로비스, GS건설 등 주요 기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또 상법과 상생협력법 개정안도 재추진될 방침이다. △다중대표소송제 △전자서명투표ㆍ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도입 △자사주를 통한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방지 등 7개 법안의 국회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재계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의 경우 최근 자사주를 늘려왔으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아울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대형프랜차이즈출점 규제 법안도 21대 국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면서 일각에선 ‘과잉’·‘졸속’ 입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뉴딜정책 취지가 오히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법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