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일본 반도체 소재기업인 쇼와덴코에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지분이 크지 않지만 고부가 소재 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쇼와덴코에 베팅하며 반도체 소재 분야까지 기회를 엿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쇼와덴코가 롯데케미칼이 작년 말 인수합병(M&A)를 시도하다 불발된 히타치케미칼을 품은 회사라는 점에서 우회적으로 이 회사에 대한 투자 기회를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20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일본 쇼와덴코 지분 4.46%를 확보했다.
쇼와덴코는 불소계 특수가스 전 제품 라인업과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CF계 식각 가스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북미,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지역에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이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이 쇼와덴코에 투자한 것은 고부가가치 소재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M&A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시장에 나온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롯데케미칼은 “사업 자체 매력도, 당사 진입 가능성,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최근 불확실성이 높아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반대로 저가 매물 나와서 여러 옵션 가지고 적극적으로 매물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첨단소재를 흡수 합병하며 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성장성이 높은 반도체 소재 시장의 매력도가 높은 상황에서 쇼와덴코에 대한 투자로 이 시장의 진입 가능성, 시너지 등을 계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쇼와덴코가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이 M&A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히타치케미칼에 대한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도 이번 지분 확보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앞서 일본 전자업체 히타치제작소의 화학 계열사 히타치케미칼이 매물로 나오자 롯데케미칼이 인수를 시도했으나, 한일 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불발됐다. 결국 히타치케미칼은 9600억 원(약 10조2200억 원)에 쇼와덴코 품에 안겼다.
인수 도전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입찰설명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만큼 열의를 보인 히타치케미칼 인수가 실패했지만, 롯데케미칼은 히타치케미칼의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분야 사업과 반도체 소재 기술이 매력적인 만큼 쇼와덴코를 통해 향후 투자 기회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지분 투자로 롯데케미칼의 M&A에 따른 사업 경쟁력 강화 의지가 확인됐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니케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미국 공장 증설과 함께 일본 화학사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쇼와덴코를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를 적극적인 M&A로 타개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단순 지분 투자”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일본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글로벌 M&A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