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투자자들이 판매사인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손실 보상을 주장하며 집단소송을 본격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하나은행 측이 요약해 제공한 회계법인 실사 자료에서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를 소송을 통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투자자들은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참여자들을 모집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라임펀드 투자자를 대리해 소송 중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일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펀드 손실에 대한 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자자들은 전체 설명회를 개최하지 않는 점, 회계법인 실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하나은행 측이 투자자들에게 요약해 제공한 삼일회계법인 실사 자료에 따르면 부실의 원인은 △장기채권의 편입 △고가매입이슈 △상환스케줄지연 등으로 압축된다. 투자자 A씨는 장기채권의 편입에 대해 "상품제안서에는 '예산 내에 속하는 채권 위주로 구성하여 유동성/안정성 강화'라고 안내돼 있다"며 "예산 내 채권의 나머지는 어디에 투자를 했는지, 무슨 목적으로 편입돼 얼마의 손실이 났다는 말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가매입 이슈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헬스케어 펀드 상품제안서에 따르면 의료비 매출채권의 경우 사설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할인해서 매입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 측에서 요약한 회계법인 실사 자료에는 부실의 원인이 되는 장기채권을 시장할인율(15~25%) 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상황(평균7~8% 할인율 적용)으로 파악했다고 투자자들은 주장했다.
또 다른 부실 원인인 상환스케줄 지연에 관해서도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의료채권의 경우 상환 기간은 2019년 1월 기준 평균 114일이다. 하지만 실사 요약 결과에서 손실 원인으로 파악된 장기채권의 예상 상환 만기는 2025~2026년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소송을 통해 명확한 부실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 산하 지역보건관리기구(ASL)에 청구하는 진료비를 유동화한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병원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지방정부에서 상환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CBIM이 펀드를 만들고 신한금융투자가 JB자산운용 등 국내 6개 자산운용사에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형태로 넘겼다. 운용사들은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통해 2017년부터 2년여간 이 상품을 사모 방식으로 판매해왔다. 최소 투자금액은 1억 원, 기대 수익률은 연 5~6% 수준이었다.
하나은행은 실사를 통해 투자자에게 선제적 배상 안을 제시했으나 투자자들은 배상 안을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회계법인과 계약관계 상 실사보고서를 전체 공개할 수 없게 돼있고, 본사 차원에서 투자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