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세대·갑을 관계 등 다양한 곳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가령 강화된 청약가점제를 놓고, 20·30세대는 젊은 층의 주택 마련 기회를 차단하고 50대 이상에게 수혜가 돌아간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반대로 신혼희망타운 공급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대책에 대해선 5060세대를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을 더 오래 기다린 세대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신혼부부도 아니고 가점제로도 안정권이 아닌 40대는 ‘나는 외계인인가(청약 낀세대)’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직장 내 갈등은 또 어떤가. 대한상공회의가 최근 내놓은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를 보면 대기업·중견기업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이런 사회 갈등을 부추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시민단체인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의 조사를 보면 ‘집단 사회갈등에 책임이 있는 집단’을 꼽아달라’(복수응답)는 질문에 응답자의 93.1%가 ‘국회’를 지목했다. 재난지원금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기준 지급으로 설계했으나 여야는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전 국민 지급’을 공약, 총선 이후 정부와 여당이 충돌을 빚었다. 초기 지급 기준을 놓고도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소외된 직장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끝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부 선언으로 불기 시작한 재난지원금 기부 바람 때문에 노사 간 마찰음을 내는 곳까지 생겼다. 기부하느냐를 놓고 뜻밖에 부부간 생각이 달라 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갈등은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갈등’으로 한국이 입는 경제적 손실이 한 해 82조~246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다. 2, 3차 감염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단적인 예다. 첫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 중 여러 곳이 성소수자들이 주로 다니는 곳으로 알려졌는데, 사회적 비난이 일자 ‘아우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을 걱정한 방문자가 종적을 감췄고, 학원 강사가 ‘무직’이라고 직업을 숨겨 무더기 2, 3차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지금 이 시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를 해소하거나 수용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된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관리지수’는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2011년 기준)에 그쳤다. 한국(0.380)은 멕시코(0.068), 터키(0.151), 그리스(0.206) 등 7개국과 함께 바닥권을 맴돌았다고 한다.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정부의 행정이나 제도가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로서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부패 통제, 정부 소비지출 비중 등을 평가한 것이다.
보고서는 갈등만 잘 관리해도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회갈등지수가 낮은 국가일수록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증가하고, 갈등관리를 10% 높이면 1인당 GDP가 1.75~2.41% 늘어난다는 것이다. 갈등을 치유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람이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적당한(선의) 갈등과 논쟁은 긍정적 변화를 유발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
문제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 때문에 갈등을 키우거나 정부가 갈등을 잘못 관리하는 데 있다.
갈등과의 ‘전쟁’은 한철 과제가 아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했다. 정부는 우선 갈등관리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다음은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과 갈등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시스템을 만들어 대립을 부르는 균열의 사이를 메꿔야 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비용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