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재정일자리 공급과 공공부문 신규채용을 재개한다. 앞서 발표한 ‘직접일자리 55만 개+알파(α)’ 공급에도 속도를 낸다. 기존에 채용한 공무원까지 더하면 총 재정·공공일자리 공급량은 156만 개가 넘는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이 같은 ’공공부문 중심 고용충격 대응방안(Ⅰ)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47만6000명 급감하는 등 코로나19 고용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먼저 본예산 사업으로 계획된 직접일자리 94만5000개 공급을 5월부터 재개한다. 현재까지 정부는 계획인원 중 77만8000명을 선발했으나, 44만6000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직 중이다. 우선 야외·온라인 등 감염 우려가 작은 활동으로 전환 가능한 일자리를 추려 재개하고, 감염 확산 우려가 큰 일자리는 방역상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재개한다. 아직 선발하지 않은 16만7000명은 면접 등 선발절차, 교육일정 등을 신속히 추진해 5·6월 중 최대한 채용한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사업으로 비대면·디지털 등 직접일자리 55만 개를 추가 마련한다. 공공부문에선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 개와 취약계층 공공일자리 30만 개를 공급한다. 비대면·디지털 일자리의 주요 분야는 공공데이터구축, 온라인콘텐츠기획·제작지원, CV 방역 등으로, 주 근로시간은 15~40시간이며 최대 6개월간 근로 가능하다. 최저임금이 보장되며, 4대 사회보험도 적용된다. 취약계층 공공일자리는 저소득층, 실직자, 휴·폐업자와 청년이 우선선발 대상이다. 시·도에서 사업을 설계하면 시·군·구가 시행하게 된다. 소득보전을 위한 임시 일자리인 만큼, 최저임금이 보장되나 주 근로시간·기간은 각각 30시간, 5개월 이내로 짧다.
민간부문에선 구직청년층 취업애로 완화를 통해 1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 정보기술(IT) 활용직무에 3개월 이상 청년을 채용한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과 청년인턴을 채용한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6개월간 각각 인건비를 지원한다. 지원인원은 5만 명씩이다. 취업 취약계층을 6개월 이상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도 채용보조금을 지급(5만 명)한다.
국가공무원 2만3000명과 공공기관 2만5000명에 대한 신규채용은 5월 중 개시한다. 기채용 인원은 1만9000명이다. 부문별 신규채용 인원은 교원이 1만2863명, 인사혁신처 공개채용 6110명, 경찰은 5825명 등이다.
다만 공무원·공공기관을 제외한 재정·공공일자리는 5~6개월 한시 일자리란 점에서 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과거 노인일자리와 유사한 형태로는 통계상 지표를 개선할 수 있겠지만 국민이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재정상 문제로 이런 일자리는 지속이 어렵다. 단기적으론 재정으로 고용충격을 완화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민간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량도 뚜렷한 성과를 보기엔 부족한 규모다. 정부가 156만 개 이상을 공급하겠다곤 하지만, 이 중 100만 개 이상은 코로나19 확산과 관계없이 이미 계획하고 있던 것이어서다. 추경 등으로 신규 공급되는 일자리는 실직자로 추정되는 취업자 감소분을 다소 웃도는 수준이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기업들의 경영여건과 고용창출력을 정상궤도로 되돌려놓느냐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 겸 경제 중대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이렇게 (재정일자리 공급으로) 1차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동시에, 조금씩 우리 사회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고 다른 나라의 봉쇄조치도 완화하면 민간부문의 고용창출능력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