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간이라는 플랫폼에 얹을 모든 혁신 고민"

입력 2020-05-15 05:10 수정 2020-05-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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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원한경 플랜에이치 대표..."올해 오픈 이노베이션 펀드 만들 것"

▲원한경 플랜에이치벤처스 대표는 7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사옥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플랜에이치 출범에 김대헌 호반건설 기획 담당 임원(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면서 “지금도 김 부사장이 매주 임원회의를 챙기며 투자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원한경 플랜에이치벤처스 대표는 7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사옥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플랜에이치 출범에 김대헌 호반건설 기획 담당 임원(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면서 “지금도 김 부사장이 매주 임원회의를 챙기며 투자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여기가 우리 플랜에이치벤처스(플랜에이치) 명예의 전당입니다. 우리가 투자한 기업 중 투자금 상환에 성공한 기업, 상장에 성공한 기업,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M&A)된 기업을 여기에 소개하려 합니다."

원한경 플랜에이치 대표는 사무실을 소개하다 빈 선반 앞에 멈춰섰다. 그는 "창업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만큼 시간은 걸리겠지만 짧으면 3년, 길어도 5년이면 금방 성장해 선반을 빼곡 채우게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혁신기업 투자를 위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 초기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투자와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기관) 법인인 플랜에이치를 설립하고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뼈가 굵은 원 대표를 선장으로 영입했다.

플랜에이치는 지금까지 스타트업 4곳에 성장 마중물을 댔다. 원 대표는 “올해는 그룹과 다른 계열사에서 자금을 유치받아 오픈 이노베이션(외부 기업에서 혁신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 내부 자원을 공유하는 것) 펀드를 만들 것”이라며 “펀드가 조성되면 하반기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려 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10곳에 신규 투자하는 게 올해 플랜에이치 목표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사업 혁신성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플랜에이치 창업은 다른 건설사도 스타트업에 눈을 돌리는 자극제가 됐다. 기업 문화가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계에서 스타트업에 손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 원 대표는 "건설산업은 누적 수출액 1위 산업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산업인데 혁신에는 제조업보다 느린 게 사실"이라며 "호반건설에서도 혁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문제는 혁신을 홀로 이루기 힘들다는 점이다. 원 대표는 "건설업은 공간을 만드는 산업이다. 생활하기 편한 공간, 가치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필요한 모든 기술을 시공사가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사와 스타트업이 협업하면 이 같은 어려움을 덜 수 있다. 원 대표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그 회사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다시 우리 설계ㆍ개발팀이 받아들인다면 사업 혁신성도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건설사와 협업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 피드백을 바탕으로 기존 기술을 향상할 수 있다.

플랜에이치가 자리를 잡는 데는 김대헌 호반건설 기획 담당 임원(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김상헌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플랜에이치 설립 밑그림을 주도했다. 김 부사장은 지금도 매주 플랜에이치 전 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꼼꼼히 챙긴다. 원 대표는 김 부사장 역할에 관해 "직접 기획한 사업이라 애정이 있다"며 "플랜에이치에 필요한 자금 지원이나 운영 지원, 투자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에이치가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역시 기술력이다. 원 대표는 "산업 현장과 연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필드 테스트(현장 시험)를 넘길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는 팀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트업이 협력 관계를 맺으려 해도 건설업은 구매 부서 문턱을 넘기기가 어려운 분야다"며 "투자를 매개로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에 현장 테스트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웃었다.

◇스마트시티ㆍ공유경제, 두 바퀴로 건설업 혁신 가속화=플랜에이치가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시티와 공유경제다. 원 대표는 "모(母)회사가 호반건설이다보니 건설업의 혁신과 밀접한 아이템을 찾았고 스마트시티와 공유경제라는 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도시 구석구석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스마트시티에선 기술 혁신이 특히 중요하다. 원 대표는 "스타트시티는 미래 기술의 집합 사업"이라며 "주택ㆍ도시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모빌리티, IoT(사물인터넷) 등을 모두 아울러서 기술 집약적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나아가 컨소시엄 조직 같은 협업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는 게 원 대표 생각이다.

스마트시티가 전에 없던 신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라면 공유경제 분야에선 기존 공간을 재편, 가치를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 플랜에이치는 공간 재창출과 그 안에 내용 모두를 고민한다. 원 대표는 "공유 오피스나 공유 주거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여러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채워 넣는 게 공유경제 핵심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기계발프로그램이나 공동 육아, 게스트하우스 운영 등을 공유 공간 운영에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로 예시했다.

플랜에이처벤처스부터 공간 공유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그룹 사옥 4층 약 1000㎡를 일종의 공유 오피스인 '이노베이션 허브'로 만들어 스타트업 7곳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플랜에이치 투자를 받은 기업은 물론 창업 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까지 문호를 넓혔다. 이르면 다음 달엔 4층 남은 공간 약 1500㎡도 이노베이션 허브로 꾸밀 계획이다. 원 대표는 "이노베이션 허브 입주 기업과 가까이서 애로를 듣고 금방 소통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공간이라는 플랫폼에 얹을 수 있는 모든 기술이 투자 대상"= 원 대표는 플랜에이치의 비전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그는 우선 프롭테크(건설ㆍ부동산에 ICT를 결합한 산업)의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원 대표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에선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AI)을 바탕으로 부동산 상품을 평가하고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다. B2B(기업 간 거래)에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ㆍ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통해 면밀하고 혁신적으로 사업성 분석을 하는 쪽으로 접근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원 대표와 플랜에이치는 더 담대한 투자를 꿈꾸고 있다. 원 대표는 "선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경험했기 때문에 투자 영역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 신기술부터 헬스 케어까지 공간이라는 플랫폼에 얹을 수 있는 모든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플랜에이치의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한경 대표는

=한국자산평가 비상장주식-대체투자자산평가팀 팀장과 연세대학교 기술지주 팀장, 부산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 책임연구원, 부산지역대학 연합기술지주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벤처캐피털 전문가다. 지난해 플랜에이치의 첫 선장을 맡았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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