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게 접종하는 주사형 결핵 예방 백신의 공급을 막고 고가의 도장형 백신을 팔아 30배의 폭리를 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국백신 대표이사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선일 부장판사)는 최덕호 한국백신 대표의 보석 신청에 대해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이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최 대표의 석방을 허가하면서 여러 조건을 달았다.
최 대표는 보증금 1억 원을 내고, 서울의 주거지에만 거주해야 한다.
더불어 소환을 받은 때에는 반드시 정해진 일시에 해당 장소에 출석해야 하며 도망이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3일 이상 여행을 하거나 출국할 때는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판부는 ‘임의적 보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적 보석은 형사소송법 제95조에서 규정하는 ‘필요적 보석’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직권이나 청구에 의해 허가할 수 있다.
검찰은 재판부의 보석 인용 결정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는 ‘보통 항고’로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다. 이에 따라 최 대표가 보증금 납입 등 재판부가 내건 조건을 이행하면 석방된다.
최 대표는 2017년 결핵 예방에 쓰이는 고가의 경피용(도장형) BCG 백신을 많이 팔기 위해 일명 ‘불주사’로 불리는 피내용(주사형) BCG 백신 공급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한국백신은 2016년 주력 제품인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판매량이 떨어지자 질병관리본부와 협의 없이 수입 물량을 취소했다. 경피용 백신은 피내용보다 30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2013~2019년 한국백신이 취급하는 의약품 입찰과 도매상 선정 및 단가 책정 총괄 책임자로서 3개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로부터 총 21억60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