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총리는 “종부세는 부유세의 성격도 있지만 투기를 막는 데 방점이 있는 제도”라며 “입법 취지를 충족시키는 게 옳다”고 말했다. 종부세 무력화는 안 되지만, 1주택자는 존중해 세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 9억 원(공동명의는 12억 원) 이상에 과세된다. 문제는 이 기준이 지난 2009년에 정해진 후 그동안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상위 1∼2%의 고가주택이 대상이었으나 그동안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 원을 넘고 있다. 그런데도 세금 부과기준이 조정되지 않으면서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중산층까지 종부세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250만여 가구 중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 9억 원(시세 12억∼13억 원) 초과 주택은 28만여 가구로 전체의 11%다. 작년보다 8만 가구 가까이 늘었다.
종부세 기준 상향의 필요성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4·15 총선과정에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비싼 주택이라 해도 실수요의 1주택자는 투기로 보기 어렵다. 특히 보유한 주택 한 채 말고 별 소득이 없는 은퇴생활자들이 연간 수백만 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면서 가계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1주택자에 대해서도 종부세율을 종전보다 0.1∼0.3%포인트 올리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일단 20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부과 대상과 세금이 앞으로 계속 늘어나게 돼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0∼80%로 높이고 있다. 올해도 3월말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4.8%나 한꺼번에 올라 종부세 부담 또한 급증한다.
지난 11년 동안 전반적인 집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종부세 부과기준이 조정되지 않은 것은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다. 과거의 잣대로 9억 원 이상을 고가주택으로 보아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도 무리다. 과세 기준을 현행 9억 원을 12억 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무엇보다 투기와 무관한 1주택 장기보유자에까지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우리 경제는 마비 상태다. 소비가 완전히 얼어붙고 민생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수백조 원의 돈을 푸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당장에는 한 푼이라도 가계의 세금을 줄여주어야 소비가 촉진될 수 있다. 지금 집값 또한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세금만 늘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적어도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빨리 덜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