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순천, 부산 등 지방에 보유한 370억 원 규모의 상가 10곳을 동시에 매각한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계좌 활성화로 지점 폐쇄가 잇따르면서 유휴건물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보전하려는 비상조치라는 분석이다. 이번 매각은 앞선 매각 때보다 최저입찰가격을 대폭 낮췄지만,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해 이번 매각 역시 수월하진 않을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19일과 26일에 걸쳐 유휴부동산 매각작업을 진행한다. 매각 공고에 올라온 건물은 지점을 운영하기 위해 매입했던 곳으로, 이들 지점은 문을 닫은 상태다.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은 노원구에 있는 건물로, 최저입찰금액이 159억 원에 달한다. 10곳의 건물을 전부 매각한다면 가격은 36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월에 이후 3개월 만의 재매각 작업이다. 국민은행은 당시 최저입찰금액보다 가격을 낮췄으며, 매각대상 부동산을 7곳에서 10곳으로 늘렸다. 매각대상 부동산은 점차 늘어나는데 매각작업은 더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상가건물 일부를 임대해 지점을 운영하지만, 자산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상가 전체를 매입한 후 지점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지점을 폐쇄하면 사실상 건물 전체가 용도가 떨어지는 유휴 부동산으로 남게 돼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은행 점포 수는 2015년 1145곳에서 2016년 1139곳, 2017년 1070곳, 2018년 1068곳, 지난해 말 기준 1063곳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실적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매각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은 2분기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2분기부터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의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휴 부동산 매각으로 얻은 이익은 재무제표상 단기 영업외이익으로 잡혀 당기순이익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불필요한 부동산 매각을 통해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