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준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이 6년 만에 본격화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지숙 부장판사)는 지난 3월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 1245명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상대로 낸 4925억 원대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했다. 이번 재판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본격적인 손해배상 심리에 앞서 '제외 신고'를 받고 있다. 제외 신고는 집단소송 구성원이 해당 재판의 효력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 행위다.
재판부는 제외 신고에 따른 보정(구성원의 범위)이 완료되면 변론기일을 열어 증권 관련 집단소송 허가 결정 고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양그룹 사태는 2013년 10월 5개 주요 계열사인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네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가 잇달아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4만여 명이 1조7000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당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무리하게 발행했다가 투자 금액을 반환하지 못했다.
이후 피해자 A 씨 등은 2014년 6월 법원에 증권 관련 집단소송 허가 신청을 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일부 피해자가 대표로 소송을 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소송은 법원의 허가를 받는데만 6년이 걸렸다. 피해자들과 유안타증권 측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송사를 벌였다.
1ㆍ2심은 “집단소송을 낸 원고들의 대표당사자 중 일부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소송을 불허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018년 7월 “대표당사자 중 일부가 집단소송의 구성원에 해당하지 않게 된 경우에도 다른 대표당사자가 요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받아들여 집단소송을 허가했다.
이에 불복한 유안타증권이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지난 2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되면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최종 허가됐다.
이번 증권 관련 집단소송의 구성원은 2012년 10월~2013년 8월까지 동양이 발행한 ‘제262회~268회차 무보증 옵션부 사채’를 매입한 사람들로 한정됐다.
이들은 “동양 회사채의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거짓을 기재하거나 누락이 존재한다"며 "이는 모두 동양이 당시 회사채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었거나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정보였다”고 주장했다.
동양그룹 사태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처음 허가되면서 유사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다른 피해자들은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티와이석세스의 회사채 및 CP를 매수해 손해를 입었다며 유안타증권과 현 전 회장을 상대로 500억 원대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 허가 신청서를 냈다.
이들이 제기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 허가 신청은 2018년 10월 대법원에 접수돼 계류 중이다. 앞선 사건처럼 1ㆍ2심은 집단소송을 허가하지 않았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이혜경 전 부회장의 사기 사건을 조사 중이다.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 60여 명은 지난해 7월 이 전 부회장이 현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는데 처벌받지 않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현 전 회장은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사기 등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