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3.2%)보다 5.8%포인트(P) 내렸다. 중국·인도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는 단기간 내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KIEP는 12일 발표한 ‘2020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에서 올해 세계경제가 2.6%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리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다. 정철 KIEP 원장직무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측면에서는 봉쇄로 인한 노동 공급 제한, 공급망 교란, 지역별 시차 등을 통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요 측면에서는 신용경색 우려에 따른 소비·투자심리 위축, 산업별 격차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유가 충격은 글로벌 수요 감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독립적인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부문별로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 확대로 고유동성 자산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최근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으로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이 전망된다. 금리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하에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실물경기와 경제심리 위축으로 하락 가능성이 크나, 국채 발행규모 확대는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원유는 글로벌 수요가 전년보다 5~10% 줄며 공급과잉이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그나마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저유가에 따른 투자지출 삭감 등으로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세계 교역량은 세계경기의 급격한 경색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0% 감소를 전망했고, 세계무역기구(WHO)는 감소 폭이 12.9~31.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2008~2009년)와 유사한 수준이다. 관광 등 인적 교류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교역 감소는 생산·투자 감소와 물가 하락, 다시 추가적인 수요 감소와 생산·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노동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KIEP는 이번 전망에서 선진국 전망치를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가별로 미국(-6.0%), 유로지역(-7.3%), 영국(-6.7%), 일본(-6.2%) 등 대부분 선진국이 마이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플러스 성장을 예상한 국가는 중국(2.2%)과 인도(2.0%), 필리핀(0.8%) 정도다. 이런 차이에 대해 안성배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크게 보면 대외 개방도, 서비스업 비중, 정책여력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회복 시나리오고 국가별로 상이하다. 안 실장은 “중국과 인도는 코로나19 사태가 2분기 안에 종식된다면 V자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그 외의 지역에선 그게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단위로 우리가 겪었던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특히 선진국에서 성장률이 둔화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에는 올해의 기저효과로 인해서 일단 빠르게 반등은 하겠지만, 그 이후에 기존의 성장경로로 회복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은 작게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에 대해선 각각 4.5%, 5.3% 역성장을 전망했다. 두 국가는 다른 신흥국과 다르게 대외 의존도가 높아 경기침체 장기화가 우려된다.
한편, 대외경제 전문가들은 KIEP 설문조사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제시했다. 응답자 52명 중 17명이 –2%대 성장률을 전망했다. 이들은 정책 우선순위로 보건·방역(32%), 정부지출 확대(26%), 통화정책 및 유동성 확대(19%), 국제공조(15%)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