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찰 내부서 알레르기 된 '조국' 사건

입력 2020-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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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에서 '조국' 텍스트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한 눈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

최근 조국 일가 공판에서 전해지는 수사팀의 열기와 달리 지휘부는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제는 '법원의 시간'이 됐지만 여전히 '조국' 두 글자는 검찰 내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상이 된 것 같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첫 공판이 열린 8일, 이 사건 수사 실무를 맡았던 고형곤 부장검사는 중앙지검 수사팀을 찾았다. 최근 인사로 대구지검으로 발령 난 고 부장검사는 수사부터 공소유지까지 맡고 있는 반부패2부에 파견과 직무대리 형태로 회의와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조국 일가 공판에 수사 검사들이 직관하며 설전을 벌이는 만큼, 지휘부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법도 한데, 말을 아낀다. 중앙지검 지휘부는 "깊게 간섭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입장이다. 대검 지휘부도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결재라인에 있는 지휘부의 '무관심' 노력은 오히려 과민 반응처럼 보인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사뭇 달랐다. 구속기간 연장을 강력 주장한 수사팀과 달리 윗선에서는 "1심 구속기간을 6개월로 정해둔 이유가 있는 만큼 인권을 최우선으로 두는 게 맞다"는 얘기가 나왔다.

수사팀은 절차상 신성식 중앙지검 3차장검사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지만, 주요 지휘는 기소 당시 3차장검사였던 송경호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발 검찰 인사로 반년 만에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검장으로 이어지는 조국 일가 수사 지휘라인 전체가 바뀌면서 기존 수사팀은 두 개의 '보고-지휘' 라인을 갖게 된 탓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 중앙지검 지휘부는 (조국 일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데다 기소 당시에도 의견차이가 있었던 만큼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개입하는 모양새로 안 좋게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결과라도 (검찰 측에) 안 좋게 나오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국 일가 사건은 검찰이 여권의 핵심 인사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기소를 한 이상 검찰은 공소 유지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검찰 내 시각차는 조 전 장관의 첫 공판 출석길에 펼쳐졌던 지지자와 반대 진영 간의 간극만큼이나 커 보인다.

조국 사건이 발단이 된 미묘한 긴장 관계는 검찰 내 불협화음을 예견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 개입 의혹 등 비슷한 사건의 추가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알레르기 사건이 양산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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