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몰고 왔다.
고객과 만나지 않고 신차를 판매하는 이른바 ‘비대면 신차 판매’가 등장한 데 이어 협력사 업무도 비대면 IT 시스템이 등장했다. 새로운 신차 기술개발도 방역과 살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IT 협력사와의 업무효율을 확대하기 위해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대오토에버와 공동으로 구축한 이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프로그램 개발 툴(도구)을 외부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사 의견을 수렴해 개발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협력사와 비대면 업무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전국 6곳에 IT 개발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만 100여 개 협력사 직원 1000여 명이 상주하며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새 플랫폼을 도입하면 이들이 자택 또는 자사에서 온라인에 접속해 현대ㆍ기아차 개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비대면 판매와 마케팅도 증가 추세다. 이미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온라인 신차 발표회가 속속 진행 중이다.
나아가 비대면 판매도 증가 추세다. 타이어 업계에서도 ‘픽업 & 장착 탁송'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부품공급망 다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 2월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차질 탓에 곤욕을 치렀던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밸류 체인(GVC) 재편’을 검토 중이다. 특정 국가 또는 기업에 공급망을 의존하는 것이 아닌,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생산 차질 우려'를 덜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무역 분쟁에 대한 우려, 생산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공급망 다변화에 소극적이었던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속속 개선안을 마련해 공급망 전환을 추진 중이다.
신차 개발도 방역과 살균 등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이미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일부 고급모델을 시작으로 실내에 공기청정기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애프터마켓에서 파는 공기청정기와 달리 자동차 내장재 속에 ‘빌트-인’ 형태로 장착할 수 있다. 보증기간 안에 무상수리도 가능하다.
살균 소독 기술도 나왔다. 운전자 내리면 자외선(UV) 램프가 자동차 실내를 자동으로 켜져 실내를 살균하는 ‘위생 기술’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차량 내부를 UV 램프로 살균하고 탈부착 방식의 시트 커버를 개발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UV 살균은 의학적으로 세균 제거 효과가 검증된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내 천장에 UV 램프를 설치해 △시트 △바닥 매트 △대시보드 △운전대 △기어봉 등 신체 접촉이 많은 부분을 살균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UV를 사람이 직접 쐬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사람이 내린 뒤 차내 살균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술의 단점도 보완하고 있다. UV 램프 불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는 살균이 어렵고, 광원에서 멀어질수록 살균 효과가 떨어지는 점 등을 보완하기 위해 무드 램프 형태의 실내등에 UV 살균 기능을 넣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위생 기술의 개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기를 맞은 카셰어링 서비스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2018년 CES 참가 이후 차량 공유 시스템과 관련해 “위생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성패가)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블루오션인 카셰어링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 정 부회장이 내세운 신중론은 큰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전 세계에 전염병이 돌게 되면 그 파장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우리가 그 비즈니스(카셰어링)를 하게 되면 정말 위생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UV 램프 살균 시스템 역시 정 부회장의 이런 경영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