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게임으로 보는 세상] 게임이 견인할 중국의 디지털 화폐

입력 2020-05-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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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
▲위정현(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
적어도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처능력만 비교한다면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에 압승이다. 중국은 발생 5개월 만에 종식에 접어들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아직도 혼란 속에 수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미국은 확진자 134만 명, 사망자가 8만 명에 이르고, 유럽도 확진자 158만 명, 사망자는 15만 명에 달한다. 중국은 확진자 8만2000명, 사망자 4600명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 통계 축소 은폐 논란이 있기 때문에 미국 인구와 맞추어 4배로, 아니 10배로 계산해도 확진자는 82만명, 사망자는 4만6000명으로 나온다.

아, 오해는 말기 바란다. 민주주의나 국민의 사생활 보호 같은 사회적 요인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통계적 결과만을 가지고 하는 추론이다. 혹자는 중국의 인권을 말한다. 우한시를 강제로 폐쇄한 결정이나 이후 감염자를 격리하는 과정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최근의 코로나 사태는 무기력하게 코로나 확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유럽에 비해 적어도 중국은 조직적 대응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더 이상 중국은 19세기 아편전쟁 후 조롱받던 ‘아시아의 병자’는 아니다.

코로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지만, 코로나 이상의 충격을 줄 중국의 디지털 화폐 발행 일정이 공개되었다. 지난달 20일 중국 인민은행 관계자는 국영 방송인 CCTV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는 디지털 위안화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2022년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동계 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DCEP(Digital Currency and Electronic Payment)라는 이름으로 인민은행 주도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베이징과 선전, 쑤저우, 시안, 청두 5개 지역에서 비공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쑤저우시의 경우 공무원 교통 수당을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일대일로’라는 중국의 글로벌 패권 전략에 생명을 불어넣는 화룡점정이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유라시아 국가를 연결하는 전략으로 이 구상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육지 기반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해상 기반의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계획이다. 일대일로 계획은 지구 전체 인구의 63%에 해당하는 44억 명을 대상으로 하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9%인 21조 달러를 아우른다.

디지털 위안화는 바로 이런 일대일로에서 결재되는 기축통화로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무역에서의 결재는 디지털 위안화로 가능하지만 글로벌 경제 활동의 뿌리까지 침투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지구상의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화폐가 달러라는 것은 달러화가 글로벌 경제 활동의 근간에까지 침투해 있음을 의미한다.

게임이 바로 디지털 위안화가 경제 근간에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내 가상화폐로 디지털 위안화를 지정하거나, 타 가상화폐와 연동, 교환해 자연스럽게 인간의 경제활동에 스며드는 것이다. 기반은 이미 존재한다. 글로벌 게임 1위이자 월간 접속자 1억 명을 기록한 리그오브레전드는 중국 텐센트의 소유다. 또, 텐센트와 넷이즈의 글로벌 게임 매출은 이미 25조 원, 13조 원으로 두 게임사를 합하면 40조 원에 육박한다. 40조 원의 게임 매출이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된다면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게임은 중국 경제 패권의 첨병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한국에서 게임은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청소년의 유희 수단에 머물러 있고, 심지어 게임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원흉’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언제가 되면 게임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한국이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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