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다른 나라들처럼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탔다. 시민의 책임 의식을 강조하며 학교와 식당, 체육관 등의 운영을 평소대로 유지했다. 그런데도 스웨덴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다른 나라의 비극을 거울삼아 마치 봉쇄조치가 취해진 것처럼 생활했기 때문이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올해 국내 소비가 6%, 수출이 10%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시간 7일 기준 스웨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4623명, 사망자는 3040명으로 집계됐다. 스웨덴의 누적 사망자 수는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고,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는 301명으로, 이웃나라 덴마크(87명), 핀란드(46명), 노르웨이(40명)보다 훨씬 많다.
공식 통계에서 올 1분기에 스웨덴 GDP는 연율 1.2% 감소했다. 반면, 프랑스는 21%, 미국은 4.8% 각각 감소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스웨덴의 수치에 대해 바이러스의 영향이 나오기 전인 1~2월에 호조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책 완화에서 오는 단기적 특수를 누린 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경제연구소의 매그너스 헨레크손 이사에 따르면 가계 소비는 3월 중순 이후 약 30% 떨어졌다. 급격히 줄어든 건 맞지만, 봉쇄조치를 취한 이웃 나라 핀란드의 70% 감소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4월 신차 판매도 스웨덴은 37%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은 무려 100%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옥슬레이 이코노미스트는 “스웨덴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코로나19 사태를 잘 헤쳐나가고 있어도 생산량은 다른 나라 상황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유럽 주변국이나 미국 같은 스웨덴의 주요 수출시장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헨레크손에 따르면 수출은 스웨덴 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치고 고용시장도 밝지는 않다. 신규 실업자 수는 3월 초 이후 12만2000명에 달해, 스웨덴 정부는 실업률이 올해 1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 스톡홀름 근처 휴양지에서 호텔 3개를 운영하는 그리프숄름스 배르데슈스는 올해 회의 등 행사 예약이 꽉 찼다가 코로나19로 취소가 잇따르자 3월에 2개를 닫았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에 여행을 자제하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어서 국민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 집에 머문다”며 “실제로는 정부의 제한은 필요 없다. 우리 같은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결과적으로 제한을 받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스웨덴의 제조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 산하 스웨덴 트럭 메이커인 스카니아는 3월에 봉쇄조치를 취한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조달하는 중요 부품 약 35종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카니아는 3월 말 스웨덴 등지에서 조업을 2주간 정지, 이후 공급망 재개에 따라 생산을 강화해왔다. 스카니아는 여름까지 생산을 완전 정상화할 방침이지만, 수요 회복은 간단하지 않다. 스카니아는 트럭·버스 사업에 대해 1분기 납품과 수주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