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에 ‘친문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태년 의원이 선출됐다. 김 의원은 거대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21대 국회 첫해를 이끌게 된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경쟁자인 전해철ㆍ정성호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163표 가운데 과반인 82표를 획득하면서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당선됐다. 전해철 의원은 72표, 정성호 의원은 9표를 각각 확보했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 다시 도전해 원내사령탑 자리를 꿰찼다.
김 원내대표는 이른바 ‘86그룹’(80년대 학번ㆍ60년대 출생) 출신의 중진 의원이다. 1964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순천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희대 재학 중 총학생회장을 맡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상임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1987년에는 현재의 지역구인 성남에서 6월 항쟁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성남시에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중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선거대책본부 성남공동본부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첫발을 들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가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핵심 친문’으로 꼽힌다. 집권 4년 차에 친문 원내대표가 탄생한 만큼 문재인 정부 후반기 당·청 관계도 한층 끈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까지 역대 정권은 집권 후반기 당·청 관계가 균열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다른 그림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민주당 정책위 의장으로서 당·청 협력을 지속해 왔다.
김 원내대표의 앞에는 취임과 동시에 많은 과제가 쌓여 있다.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당장 정부가 다음 달 초 제출 예정인 코로나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충, 피해 산업ㆍ업종 지원책 마련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한국판 뉴딜’을 위한 예산ㆍ입법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 김 원내대표는 당 정책위원회와 함께 경제 위기 극복 과제를 설정하고 과제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는 “당·정·청 내부 토론은 치열하게, 도출된 결론은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당·정·청이 ‘원팀’이 돼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국회ㆍ권력기관 개혁 등 3년 차를 넘어서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전반기 원구성 협상도 중요한 당면 과제다. 원구성 협상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야당과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자리다. 여기에 7월 출범이 예상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추천ㆍ임명 문제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충 문제 역시 중요한 현안으로 꼽힌다.
취임 후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입법도 해결해야 할 전망이다. 본회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n번방 방지법 후속입법, 코로나19 관련 출입국관리법과 공공의대 설립법, 세무사법과 교원노조법 등 헌법불합치 법안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곧바로 야당과의 협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8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면 당장 본회의 개최를 놓고 협상을 시작할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매우 무겁다”며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