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다시 일어서는 보리 산업, '컬러보리'가 이끌죠"

입력 2020-05-0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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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이미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이미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보리는 이제 가난의 상징이 아니죠. 특화 품종 개발을 통해 보리는 웰빙 식품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서고 있습니다.”

이미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는 7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보리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때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보릿고개’라는 말을 만든 보리는 우리에게 가난의 아픔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추억의 음식 정도로 치부되며 가끔 한 번씩 먹는 정도에 그친다. 실제로 국내에서 보리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12년 이후 1.3~1.4㎏에 머물러 있다. 재배면적도 지난해 기준 4만7000㏊에 불과하고 연간 생산량은 10만3000톤 정도다. 하지만 최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리가 웰빙 식품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 연구사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전통적인 보리 생산과 이용 방식으로는 소비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보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용도별 고품질, 가공 이용성 또는 부가가치 향상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진청은 보리쌀용이 아닌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나서 세계 최초로 유색보리를 개발했다. 전북 고창에서 흑누리(흑색), 강호청(청색), 자수정찰(자색) 쌀보리 등 세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삼색보리쌀 제품을 출시했고, 2018년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색깔보리는 안토시아닌,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효과가 있는 기능성 물질이 일반 보리보다 많고 베타글루칸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색깔보리의 대표 품종인 흑누리는 일반 보리와 비교했을 때 검정보리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4배 높고 식이섬유도 1.5배 많다. 특히 가공 특성이 우수해 식음료 기업에서도 검정보리를 활용한 빵, 커피, 국수 등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에 주력해왔다.

2018년 농진청, 고창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하이트진로는 2018년 ‘블랙보리’를 출시, 작년 12월까지 누적 판매량 9200만 병을 돌파했고, 미국을 비롯해 베트남과 호주, 괌, 홍콩, 일본 등 총 6개국에 활발히 수출 중이다.

이 연구사는 “농진청이 품종 육성과 가공용도별 적합한 품종을 선발하는 등 기술지원을 하고, 고창군에서는 고품질의 안정한 원료를 생산, 하이트진로음료와 같은 가공업체에서는 국산 보리를 원료로 하는 가공제품을 개발해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등 성공적인 상생협력 모델을 정착시켰다”고 평가했다.

흑누리는 커피로도 재탄생했다. 농진청은 지난해에 일정 비율의 디카페인 커피 원두를 국산 검정보리인 흑누리로 대체해 카페인 함량을 낮추고 베타글루칸과 등 기능 성분이 들어 있는 디카페인 ‘보리커피’를 개발했다.

이 연구사는 “국내 커피 시장의 규모는 7조 원에 달하고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보리가 수입 원두를 대체하고 보리 소비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품질 유지다. 유색보리는 색깔이 있어 일반보리와 섞이면 원료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파종, 수확 시 기계 혼입 등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

이 연구사는 “고창 지역에서는 보리 가공산업의 용도별 적합 품종을 선발하고 계약재배 등을 통한 유색보리 단지화를 구축해 원료 안정 공급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산업체에 고품질 원료를 공급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다면 보리가 농가 소득을 올리는 효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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