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여사가 즐겨 입으면서 유명세를 탄 미국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파산 절차에 들어간 첫 미국 대형 소매업체로 줄도산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제이크루는 이날 버지니아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이크루는 채권단과 16억5000만 달러(약 2조220억 원)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파산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채권단은 4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로써 제이크루는 코로나19 여파로 파산 절차에 들어간 첫 미국 대형 소매업체가 됐다.
1989년 뉴욕에 첫 매장을 연 제이크루는 젊은 엘리트층이 즐겨 입는 캐주얼 스타일, 일명 프레피룩(Preppy look)으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즐겨 입으면서 브랜드를 대중에 톡톡히 각인시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08년 10월, 미셸 여사는 방송인 제이 레노의 ‘투나잇쇼’에 출연하면서 제이크루 의상을 입고 나와 화제를 일으켰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첫 취임식에서도 미셸 여사와 두 딸이 제이크루의 코트, 목도리, 장갑 등을 착용하면서 ‘오바마 가족의 의류브랜드’라는 명성이 더해졌다. 미셸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시절에도 공식 석상에 제이크루 의상을 자주 입고 나왔고,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도 제이크루의 벨트와 구두를 선보였다.
2011년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레오나드그린앤파트너스가 30억 달러에 제이크루를 인수하면서 매장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등 9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반면 부채도 함께 폭증했다. 2010년 5000만 달러이던 부채는 올해 2월 17억 달러로 급증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악재가 됐다. 이미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제이크루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3월에만 500여 개 점포의 문을 닫았고 직원 수만 명을 감원했다. 코로나19 여파는 매장 폐점뿐 아니라 자매 브랜드인 ‘메이드웰’의 기업공개(IPO)에도 차질을 빚게 했다. 메이드웰 분사를 통한 현금확보 노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 신청 서류에서 제이크루는 점포 폐쇄로 9억 달러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제이크루는 2019회계연도에 788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1억2000만 달러 손실에서 개선됐지만, 메이드웰의 IPO로 흑자 전환을 노리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편 제이크루 파산 절차 돌입은 코로나19에 따른 소매업계 후폭풍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UBS 애널리스트는 “소매업체 폐점은 코로나19 이후에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