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코로나 이후)…소상공인ㆍ중소기업 생존 전략은?

입력 2020-05-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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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경위 대타협 절실...약한고리 돕는 방향으로 고통 분담

▲이윤재(왼쪽부터)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윤재(왼쪽부터)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고이란 기자 photoera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전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투데이는 코로나19 국내 발생 100일을 맞은 지난 4월 28일, 이투데이 본사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 시대,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생존 전략 및 대안’ 간담회를 열고 현 상황과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리쇼어링’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엔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최영희 이투데이 IT중소기업부 부장이 맡았다.

◇소상공인 직격탄...중소기업은 2분기부터 위기 가시화…‘시간차’ 충격 도래=전문가들은 먼저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ㆍ중소기업 현장에 닥친 충격에 대한 진단을 내놨다.

차남수 연구위원은 소상공인 경기에 대해 “코로나19 충격은 2월부터 본격화해 매출액이 98%가량 줄어들고 있고 업종별 영향도 여행업, 숙박업 등 일부 업종에서 전 업종으로 확대했다”며 “1997년 IMF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소상공인에게는 체감상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금융 지원 대책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차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경우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2조 원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갑자기 30조~40조 원까지 늘려 대출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관련 안전문자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지지만 소상공인 금융 지원과 관련한 문자는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윤재 교수는 현장에서 온라인·모바일 관련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에서 온라인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50명 내외를 받는 수업에 100명 이상 신청하는 등 온라인 판로를 뚫고자 하는 요구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저조하면 온라인으로 사업 기반을 옮겨가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소상공인은 이런 부분에서 스킬이나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도 화두에 올랐다. 차 연구위원은 “고정비용을 기준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비중이 큰데, 임대료는 통상 30% 비중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론 50%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충격에 계속 축적돼온 최저임금과 임대료 부담까지 더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노민선 연구위원은 “서비스업 불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서비스업 불황이 지속될수록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포기하는 서비스업에 대한 공공부문에 대한 사회적 의존도는 심화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충격이 시간차를 두고 닥치고 있단 분석이다.

추문갑 본부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B2B 기업으로 직간접적으로 수출 기업과 연결돼 있는데, 이들에게 영향이 나타난 건 코로나19 발생 이후 1~3개월이 지난 뒤”라며 “다시 말해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B2B 기업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가 1분기 자금사정이 악화했다고 답했다”며 “직전 분기 대비 1분기 수출이 악화됐다고 답한 기업이 78.7%로 많았고 30% 이상 줄었다는 응답도 47.4%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위험해지면서 구조적으로 유지돼온 협력적 분업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대기업이 대금 결제를 미루면 중소 제조기업이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면 대기업에 납품할 물건도 줄게 된단 것이다.

추 본부장은 “정부는 대출 만기를 연장할 뿐 추가 대출은 사실상 허가하지 않고 있다”며 “그마저도 시중은행은 고작 2~3개월 연장하는 데 그친다. 이러면 당장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안 되는 기업들의 경우 도산 위험이 커져 산업 구조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늘어난다”고 짚었다.

◇대안은 ‘리쇼어링’…“강력한 ‘패키지’ 지원 필요”=코로나19가 촉발한 ‘전대미문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먼저 ‘리쇼어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을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을 말한다. 리쇼어링을 통해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잔 제안이다.

노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이 위태로워지면서 이곳에 진출해있는 기업이 매우 긴장한 상태”라며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을 통해 제조업의 재활성화 기회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쇼어링 지원을 자금지원, 입지 확보 등에만 국한하면 안되며, 연구개발(R&D), 산학협력, 인력양성 등과 패키지로 묶은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효과적인 리쇼어링을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추 본부장은 “지금까지 돌아온 기업은 현대모비스 한 건, 일반 중소기업도 세 건 정도로 많지 않은데, 어떻게 리쇼어링 기업들을 유치할 것인지부터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며 “최저임금 문제라던지 기업을 옥죄는 규제문제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노 연구위원은 “지금 당장은 ‘생존’이란 커다란 문제가 눈앞에 닥쳐있지만 이 상황을 극복하고 나면 생존 이후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생산성을 보다 스마트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투 트랙’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노 위원은 “소상공인의 경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혁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며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하고, 디지털화한 숙련 인구를 육성하고, 제조공정을 스마트화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남수(왼쪽부터) 소상공인연합회 경영기획실장,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 이윤재 숭실대학교 교수(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최영희 이투데이 중소기업IT부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이투데이빌딩 회의실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생존법 전문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차남수(왼쪽부터) 소상공인연합회 경영기획실장,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 이윤재 숭실대학교 교수(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최영희 이투데이 중소기업IT부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이투데이빌딩 회의실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생존법 전문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사회적 대타협 절실...노동시장 유연화도 필요=코로나19 확산 이후 심화한 인력 문제도 풀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청년 재직자 내일채움공제’를 중도 해지한 사람이 2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이 관련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어 이를 속속 해지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추 본부장은 “실업급여 등 급여를 보전해주는 대안이 많고, 중소기업 어디든 인력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니 다른 직장 구하기도 쉬워 중소기업 노동자의 경우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에 실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고용시장이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코로나19 충격이 장기화하면 일자리 시장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며, 확실한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일자리를 지키는 전략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사회 인프라에 재정을 풀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함께, 규제 철폐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 연구위원은 “확실한 유인은 ‘인센티브’”라며 “일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유럽 방식으로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론 노동계와 경영계의 사회적 대타협이 꼽혔다.

노 연구위원은 “노동계·경영계가 양보 또는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활용해 적극적인 노사정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 특히 이를 통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을 돕는 방향으로 사회적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노 연구위원은 “노사가 소통해 온누리 상품권, 지방자치단체 상품권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라며 “고용을 줄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소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다. 노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에 대한 합의가 우선이라며 최저임금 문제도 합의 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 중심에 중소기업이 있어야= 전문가들은 경제 회복까진 최소 2년여가 필요하겠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단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교수는 “1997년도 IMF 위기는 달러가 부족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금융시장이 문제였듯 앞선 위기에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백신, 치료제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말했다.

회복 기간 동안 기업 간 격차가 심화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노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무너지고, 이후 영세한 중소기업, 건실한 중견기업, 대기업 순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전문가들은 관련 법안을 새로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노 위원은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소기업생산성향상특별법’을, 차 연구위원은 ‘중개플랫폼 독과점방지법’을 제안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제 회복의 불씨를 중소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본부장은 “지금부터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할 때”라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중심에 중소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소상공인이 어려운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기회가 될수도 있다”며 “비대면 등 시장의 규칙이 근본적으로 바뀐 ‘가보지 않은 길’이 열려 있는 만큼,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소상공인에 오히려 희망을 걸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차 연구위원은 “비대면 확산으로 온라인 교육이 필요하나 하루 하루 생계를 이어가야만 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교육비 무료니 받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쩌면 ‘무료 교육 + 일당 지급’ 등 파격적인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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