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일환으로 원격의료와 에듀테크(온라인교육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면서 진보적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판 뉴딜이 자칫 노무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현 정부를 지지하는 단체들의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특별히 전 부처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국가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며 한국판 뉴딜을 처음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에 대해 “우리의 강점을 살려 국내 기술과 인력을 활용한 디지털 기반의 대형 IT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의료서비스나 온라인 교육 서비스 등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는 분야,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시티 확산, 기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디지털을 결합하는 사업, 디지털 경제를 위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리하는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 발굴에 상상력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해관계 대립으로 미뤄진 대규모 국책 사업도 신속한 추진으로 위기 국면에서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는 발 빠르게 6월 초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주요 지지세력인 진보적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원격의료는 의료 민영화로 연결되고, 에듀테크(온라인교육 서비스)는 교육 부분의 규제 완화라는 것이다. 진보학자들은 포스트 코로나는 원격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 확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에듀테크보다는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앞으로 발표될 ‘디지털 뉴딜’의 앞날이 뻔하다”며 “규제 완화로 가득한 4차 혁명 프로젝트에 돈을 대겠다는 것이고 그중 많은 부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좌절됐던 민영화 프로젝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듀테크도 맥킨지가 다보스포럼에서 의료와 더불어 규제 완화가 돼야 할 분야로 지목한 영역이고 대규모 국책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속내도 결국 MB정부의 4대강처럼 대규모 토목사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원격의료, 에듀테크 등을 추진할 경우 과거 정부의 예에서 보듯이 거센 국민적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진보학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만약 정부가 원격의료 등을 추진한다면 이 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