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1% 가까이 급등해 1230원을 터치했다.
지난주말 미국 경제지표 등이 부진했던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미중간 무역분쟁이 재점화할 조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에 1조달러 상당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통화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도 2% 넘게 급락해 19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2개월만에 가장 큰폭으로 매도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주 원·달러는 1220원에서 1240원 사이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봤다. 원·달러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지만 1230원대 후반에서는 외환당국 개입 가능성을 높게 봤다. 또,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나 미국 경제 재개 뉴스가 나올 가능성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중에는 1230.0원까지 올라 지난달 27일 장중 기록한 1237.2원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1226.1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22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5.0원에 그쳤다.
역외환율은 나흘만에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223.5/1224.0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6.05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미중 무역긴장에 대한 우려감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했다. 아시아통화가 모두 약했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 주식도 안좋았다. 코로나19가 글로벌하게는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는 것도 기저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주는 레인지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미중 분쟁이 심화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겠지만 치료제 개발이나 미국 경제재개 등 뉴스가 나오면 아래로 빠질 여지도 있다”며 “역외나 특별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무분별하게 위로도 오를 것 같지 않다. 원·달러는 좁게는 1220원에 1240원 내지 1245원, 넓게는 1210원에서 125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지난주말 미국 GDP 등 지표가 좋지 않았다. 코스피도 1900 아래로 내려오면서 원·달러도 많이 올랐다. GDP, 고용, 소비지표가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던데다 2분기 실적은 더 안좋을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 건강소식은 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휴일을 앞두고 리스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달러는 1220원에서 1235원 내지 1240원 사이 레인지를 예상한다. 1230원대 후반은 당국 개입 레벨이다. 외부 충격으로 원·달러가 좀 더 오른다면 급등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당국이 선제적으로 매도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후 3시45분 현재 달러·엔은 0.13엔(0.12%) 내린 106.77엔을, 유로·달러는 0.0036달러(0.33%) 떨어진 1.0942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03위안(0.0%) 오른 7.1359위안을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52.19포인트(2.68%) 급락한 1895.3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4일(1889.01) 이후 처음으로 1900선을 밑돈 것이다(종가기준).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9451억74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이는 3월17일 1조30억3600만원어치 순매도 이후 일별 최대 순매도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