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의 복지 플랫폼] 온택트(Ontact) 시대, 복지와 기술의 만남

입력 2020-04-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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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비결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수집과 공유를 가능케 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혁신방역 모델, 엄청난 양의 검사를 가능케 한 효과적인 진단키트 기술, 효율적인 보건의료 시스템, 그리고 현장에서 바이러스와 치열한 사투 중인 공중보건의, 간호사와 의료진, 질병관리본부의 피땀이 그것이다. 기술과 노동이 손잡고 치르는 전쟁인 것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는 시대, 기술 발전에도 노동의 역할이 줄어들 수 없는 영역은 비단 보건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상 비대면의 세계는 오히려 우리에게 더 많은 돌봄과 복지를 요구하는 중이다. 학교, 어린이집, 사회복지관 등의 대규모 서비스 체계가 무력화되고, 돌봄과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이 집에 묶인 결과다. 어린이집이 문 닫는 동안,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는 일은 일대로 하면서 돌봄과 가사일이 늘어 일·가정 양립의 강도가 높아졌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온라인수업은 집에서 부모 혹은 누군가가 도움을 주어야 가능하다. 어르신과 장애인, 청소년들이 이용하던 지역복지관들은 집단 프로그램을 멈추는 대신 독거노인들의 가정을 찾아가 밑반찬을 드리고, 가가호호를 찾아다니는 일대일의 개별 서비스로 전환했다. 집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재가(在家) 돌봄과 재가 서비스가 일상화된 것이다.

5월에는 상황이 달라질까? ‘잠시 멈춤’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된 버전인 ‘생활 속 거리두기’는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프라인 개학을 맞이하려면, 학생들은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앉아야 하고, 수업시간이 나뉘어 진행되어야 한다. 비좁게 놓여 있던 요양시설의 침대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야 하며, 방역과 위생 규칙을 계속 철저히 지켜야 한다. 복지관의 프로그램도 소규모화와 공간 분리를 원칙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교육, 돌봄, 복지의 영역에서 서비스 노동량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온택트(Ontact) 시대에 증가하는 서비스 노동의 요구에 대응하고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복지 영역에서의 디지털 기술 혁신이 더욱 필요하다.

이미 복지현장에서 복지와 기술을 결합하는 다양한 복지기술(welfare technology)의 실험들이 느리게나마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저소득 독거 어르신과 장애인의 가정에 화재와 가스감지센서 등을 설치하여 사고가 발생하면 응급상황을 알리고 119에 신고하는 자동시스템이다. 2008년 처음 도입되어 지금은 시설이 낙후되고 오작동률이 높아 자칫 소방당국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처지에 있지만, 이 모델을 업그레이드하여 기술 수준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의료, 건강지원, 돌봄 서비스 체계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확장하면 전국 단위의 기술혁신형 커뮤니티 케어 모델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SK 등의 민간기업 참여와 8개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인공지능 돌봄’도 실현되고 있다.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심리상담, 방문조치 등의 실시간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AI 기반으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살려 달라”고 외치면 긴급 SOS 호출을 하여 119에 연계해주는 기술혁신형 복지 서비스다.

온택트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복지 환경은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온택트 복지서비스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청소년들에게 상담과 복지 프로그램에 접근하는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문턱을 낮춰줄 수 있다. 비대면으로도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가능한 원격 의료가 현실화되면 다양한 건강과 돌봄, 복지를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스마트복지도 비로소 가능해진다. 지역복지관과 센터들은 기존의 모임활동과 집단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공간적 개념에서 벗어나, ICT 기술을 통해 지역사회 내의 문제와 욕구와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더 전문성 있는 대인서비스를 결합하는 ‘복지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각자가 거주하는 공간에서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온택트 복지가 기술혁신과의 협력을 통해 활짝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복지기술은 현금복지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영국 노동연금부는 이미 2016년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복지수당을 관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재원의 출발부터 최종 사용처까지 누구라도 확인할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하게 되어 부정수급을 막고 투명한 집행으로 납세자의 조세저항도 줄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제 복지 영역은 기술과 결합하여 다양한 사회적 실험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리빙랩이 되고 있다. 차가운 기술이 따뜻한 돌봄을 대체하는 대신, 노동이 따뜻한 손과 마음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이 힘껏 지원하는 세상, 복지를 위한 기술이 실현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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