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용평가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대형증권사의 신용도 위험과 관련해 자본적정성과 우발채무, 파생결합상품 관련 비은행계 증권사의 익스포저를 고려할 때 은행계보다 신용위험 증가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29일 나신평은 ‘제5차 NICE e-세미나’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위험인수 수준, 주주의 지원능력 등을 고려할 때 비은행계 대형증권사 신용위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삼성증권, 메리츠층권,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대형증권사는 금융당국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인센티브 부여 정책의 영향으로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증권사의 대형화가 확대됐고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위해 파생상품, 해외부동산 등 위험인수가 증가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국제유가 및 주요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나신평은 자기자본 규모 3조 원을 웃도는 국내 8개 대형증권사를 은행계인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와 비은행계인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자본확대에 기반한 적극적 위험인수로 은행계와 비은행계 모두 총위험액이 급격히 증가했다. 다만 은행계 4개사는 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ㆍ총위험액 비율이 과거 규제수준인 150%를 상회하고 있으나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150%를 밑돌았다.
파생결합상품과 관련해서는 은행 계열은 2조5000억 원, 비은행계열은 7조2000억 원이 원금손실(knock inㆍ낙인) 구간에 근접한 것으로 나신평은 추산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전반적으로 파생결합상품 규모가 큰 가운데 자체 헤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험노출이 큰 상황이라 진단했다.
우발채무 위험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규모 100% 초과 △신용공여형 우발채무 비중 80% 초과 △유동성 갭 대비 우발채무 100% 초과인 경우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 실장은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4개사가 3가지 조건 중 2가지 이상을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대체투자는 저금리와 경쟁심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 가능성에 대응하고 국내 투자대상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8개사 기준 2017년 말 자기자본의 14.9%였던 해외대체투자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33.9%로 급증했다. 김 실장은 “해외 대체투자가 증가한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보유 자산의 가치가 저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계와 비은행계 증권사의 신용위험과 관련해 “은행금융지주회사의 유상증자 참여능력, 계열 내 은행의 신용공여 제공 능력을 고려할 경우 은행계의 유동성 대응능력 및 자본적정성은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종합적으로 위험인수 수준, 주주의 지원능력 등을 고려할 경우 비은행계 대형증권사 신용위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라임자산 등 펀드 관련 이슈로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해외 대체투자 관련 이슈로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미래에셋대우가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15개 호텔을 인수한 건과 관련해 “투자 당시에 비해 코로나19 관련 변동성 증대로 조달 관련 위험이 커지고 호텔 가치 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방보험 측이 미래에셋에 잔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에 선제적 이행조건의 미충족을 주장하면서 계약 이행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계약금의 회수, 최종 인수시 투자 부담, 투자금 회수 계획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