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보다 국제유가 급락이 먼저 영향을 미치면서 수출입 및 교역조건은 되레 두 달 연속 개선됐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석탄 및 석유제품과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입물량이 동반해 늘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호조를 이어가면서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기계 및 장비 수입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수출보다는 수입 증가폭이 더 컸던데다, 4월부터 통관수출이 급감하는 등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어 향후 추이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수출 쪽에서는 석탄 및 석유제품(45.7%)과 제1차금속(10.6%)이 증가했다. 화학제품도 화장품과 의약품 수출호조에 힘입어 11.2% 늘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도 15.2% 늘어 넉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직접회로는 28.9% 증가해 1년 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운송장비 역시 5.2%로 석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대기아차의 SUV 라인업 확대로 북미 수출이 좋았던데다, 유럽 쪽에선 전기차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건설기계 부진에 기계 및 장비는 4.9% 감소했다.
수입 쪽에서는 기계 및 장비가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26.2% 급증해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또 2018년 1월(31.0%)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석탄 및 석유제품도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수출 증가에 힘입어 36.9% 늘었다.
한편, 3월 평균 두바이유는 배럴당 33.71달러로 2016년 2월(28.87달러)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년동월대비로도 49.6% 급락해 2015년 1월(-56.0%) 이후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6% 하락한 90.34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12월이래 2년 4개월째 하락이다. 수출가격(-9.2%)이 수입가격(-6.8%)보다 더 크게 하락한 때문이다.
반면,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7.7% 상승한 110.92를 보였다. 이는 2018년 10월(14.1%)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며, 두달연속 증가세다.
강환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일부 영향을 받은 품목들이 있긴 하나 1분기까지는 코로나19 여파가 무역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진 않은 것 같다. 유가 하락에 물량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한 품목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관세청 자료를 보면 4월 20일까지 통관기준 수출이 26.9% 급감하는 등 부진하다. 2분기는 (코로나19 여파에) 힘들어질 수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는 점에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